면세업, 1분기 어닝쇼크…"특허수수료·특허기간 재검토해야"

입력 2024-05-19 07:15
면세업, 1분기 어닝쇼크…"특허수수료·특허기간 재검토해야"

유커 부재·고환율 속 적자나 이익 급감…전망도 불투명

업계 "특허수수료 부과기준 바꾸고 특허 기간 한시제 폐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긴 불황의 터널에 갇힌 면세업계가 올해 1분기에도 한숨 나오는 성적표를 받았다.

업체마다 당장의 생존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이참에 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정부의 면세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분기 영업손실이 2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8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이래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이 기간 누적 적자만 537억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영업손실액이 157억원에서 52억원으로 줄긴 했으나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주요 면세업체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긴 했으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며 실적 전망을 어둡게 했다.

신세계면세점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17.1% 감소했고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77%나 줄었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 이후 국내외 여행객이 급증하는 추세와 맞물려 부풀었던 실적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시내면세점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면세업체 3사의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부재가 실적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며 국내외 개별 여행객 수가 큰 폭으로 늘긴 했으나 면세점 큰 손으로 통하던 유커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개별 관광객 소비 패턴이 먹거리와 체험 중심으로 바뀐 데다 설상가상으로 고환율 탓에 내국인 매출마저 부진해 수익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장기화하는 중국 소비 침체로 유커가 언제 돌아올지 불투명하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뻔히 예상되는 '실적 절벽'을 피하고자 롯데면세점과 같은 일부 업체는 해외 점포망을 활용한 해외 직접구매(직구)와 역직구 같은 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다이궁'(보따리상) 수수료를 현행 30%대에서 10%대로 낮추는 등의 회생 방안이 거론되지만 당장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버티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사 상태에 놓인 면세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도입된 특허수수료 부과 기준을 매출에서 점포 면적이나 영업이익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관세청은 면세업체 매출액에 따라 0.1∼1.0%의 특허수수료를 부과한다. 업황이 좋을 때든 상관없지만 지금처럼 적자가 나는 상황에선 부담이 작지 않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면세업계 부담을 줄여주고자 2020∼2023년 특허수수료를 50% 감경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이참에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면세사업의 안정성을 해치는 특허 기간 한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면세업체가 특허를 신규로 획득하면 기본 10년에 5년씩 두차례 갱신이 허용된다. 최대 20년 사업을 한 뒤에는 원점에서 다시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업계는 특허 기간 제한이 투자를 저해하고 고용을 단절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면세사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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