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은 경제난인데…파키스탄 정치인 등 두바이에 15조원 부동산
대통령 자녀·전 총리 아들 등 포함…일부는 "당국에 신고해 문제 없다" 주장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파키스탄의 정치인과 퇴역 장군 등이 모국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110억달러(약 14조8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은 16일(현지시간) 전세계 70여개 언론매체가 참여한 탐사보도 프로젝트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2020∼2022년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인 약 1만7천명이 두바이의 고급 주거지역에 총 2만3천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동산 보유자 중에는 현 대통령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의 세 자녀, 집권당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를 이끄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아들 후사인 나와즈, 내무장관 모신 나크비의 부인, 일부 연방하원 및 주의회 의원 등 고위 인사들과 그 가족이 대거 포함됐다.
자르다리 대통령의 아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막내딸 아시파 부토 자르다리는 두바이에 4건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빌라왈은 어머니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된 2007년 이후 파키스탄인민당(PPP) 총재를 맡고 있다. 외교 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방하원 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두바이 부동산 보유 파키스탄인 명단에는 최근 작고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 샤우카트 아지즈 전 총리,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 전 육군참모총장의 아들, 퇴역 장군 10여명, 경찰서장 1명, 대사 1명, 과학자 1명 등도 포함됐다.
또 마약조직과 테러단체 등의 자금 세탁 혐의로 미국 제재를 받는 알타프 카나니의 조직원들도 두바이에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에 오른 파키스탄인 다수는 제3자 등을 통해 두바이 부동산을 구입, 신원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당사자는 두바이 부동산 보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빌라왈은 대변인을 통해 모든 국내외 부동산을 선거관리위원회와 세무 당국에 이미 신고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나크비 장관도 부인 명의 두바이 부동산에 대해 당국에 모든 신고를 마쳤다면서 해당 부동산은 1년 전에 매각하고 최근에 다른 부동산을 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대외 부채에 시달리다가 코로나19 사태, 2022년 대홍수 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파키스탄 대외채무 규모는 1천억달러(약 138조원)에 이른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파키스탄은 중국과 중동 국가 등 여러 우방에 손을 벌렸고 IMF에도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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