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미사일 요격률 급락…"지난달엔 30%까지 떨어져"
러 공세 거세지는데 서방 군사원조 지연되면서 대공방어 구멍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서방의 군사원조 지연으로 인한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미사일 요격률이 크게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최근 6개월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등을 겨냥해 날아든 러시아 미사일이 요격된 비율이 46%에 그쳤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이전 6개월 평균 요격률(73%)보다 27%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심지어 지난해 5월 83%였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미사일 요격률은 지난달 30%까지 내려갔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군이 퍼붓는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 숫자가 갈수록 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대공 미사일이 고갈될 위기에 놓인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WSJ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과 자폭 드론은 직전 6개월보다 45% 증가했다.
이 기간 탄도 미사일은 114기,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과 지르콘은 각각 33기와 27기가 사용됐다. 지대공 미사일인 S-300과 S-400도 지상공격용으로 전용돼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임무에 투입됐다.
러시아군이 날린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의 수는 2천628기로 직전 6개월간 쓰인 숫자의 갑절에 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비교적 요격이 쉬운 샤헤드 드론은 82%를 격추해 떨어뜨렸지만, 탄도미사일은 불과 10%를 요격하는데 그쳤다. S-300과 S-400이 쏜 미사일은 올해 들어 아예 요격된 사례가 없다고 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더 많은 공격을 막느라 대공 미사일 비축분이 소진됐고, 현재의 대공 방어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대규모 공격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안정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방공 포대를 갖고 있지만 한손으로 셀 정도로 보유 대수가 적은 실정이다.
그나마도 최근까지 미국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원조예산안 처리가 장기간 지연된 탓에 핵심 시설만 보호하면서 탄약을 아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군은 매월 170기의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란과 북한 등에서도 미사일과 드론 등을 수입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익명의 유럽 군사정보기관 당국자는 군사원조를 재개한 미국과 유럽이 충분한 수의 대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는 데 약 2개월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잘 버티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속 군사전문가 더글러스 배리는 "우크라이나 방어군이 러시아 공군력에 가하는 위협 수준이 낮을수록 우크라이나 지상군과 핵심 기반 시설이 직면할 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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