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의 힘'…유통업계, 1분기 '실적 선방'

입력 2024-05-12 06:31
'본업의 힘'…유통업계, 1분기 '실적 선방'

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 모두 이익 개선

가장 잘하는 본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성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국내 유통업계가 경기 불황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과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공세 속에서도 올해 1분기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은 1분기 외형 성장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1.4%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7.0%, 현대백화점은 3.6%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004170]는 1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를 거뒀고, 현대백화점[069960]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롯데는 거래액이 1분기 중 가장 많았다.



신세계와 현대는 영업이익도 각각 3.1%, 8.3% 늘며 1천억원대 수익 기반을 지켰다.

백화점 전체 매출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는 명품과 패션이 10%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한 가운데 식품과 생활 부문도 선전하며 뒤를 받쳤다.

지난해 소비 심리 저하와 불경기로 고전한 백화점들이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과 차별화한 콘텐츠로 오프라인 장점을 극대화하며 고객 시간을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로 전반적인 소비 여력은 떨어졌지만, 백화점 주 고객은 여전히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다"고 짚었다.

주력인 식품 부문을 대폭 강화해온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C-커머스 공세에 아랑곳 없이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1분기 매출이 각각 4.7%, 4.4% 늘었다. 비식품 수요가 부진했으나 식품 중심으로 재단장한 기존 매장이 고성장을 구가하며 이를 상쇄했다.

실제 롯데마트·슈퍼 1분기 식품군 매출 증가율이 10%로 전체 매출을 이끌었다.



특히 식료품 비중을 90%까지 높인 식품 전문 매장 '그랑 그로서리'(대형 식료잡화점) 은평점은 15%라는 근래 보기 드문 점포 매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찾기 힘든 초신선 상품과 즉석조리 식품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의 강점을 내세워 이커머스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도 호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은 11.6% 늘었고 영업이익은 130.4% 급증했다.

GS더프레시 역시 식품을 주력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충실했다.

중국 이커머스 직접 타격권에 든 인테리어·문구 전문 온라인 쇼핑몰 텐바이텐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 이어 온라인몰 사업에서도 완전히 손을 뗐다. 전망이 불투명한 온라인 사업을 정리하고 오프라인에 집중하면서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 이는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TV 시청 인구 감소 등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던 TV홈쇼핑의 실적 반등도 주목할만하다.

매출 성장 일변도의 영업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4사 모두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롯데홈쇼핑은 패션·뷰티·여행 상품의 실적 개선과 비용 구조 효율화가 맞물려 영업이익이 두 배 넘게 늘었다. CJ온스타일도 TV와 모바일을 융합한 '원플랫폼' 전략이 맞아떨어져 영업이익이 49.5% 증가했다.

이밖에 현대홈쇼핑[057050]과 GS샵 영업이익은 각각 14.9%, 3.8% 늘었다.

대형 가전과 같은 고단가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신 이윤이 높은 패션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준 게 주효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차별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하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모바일 라이브방송을 늘린 것도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각 사 디지털(온라인·모바일) 매출 비중을 보면 GS샵이 59.6%, CJ온스타일은 53.7%로 각각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현대·롯데홈쇼핑도 50%선에 근접해가고 있다.

한 TV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올해를 장기 생존을 위한 구조 개편의 원년으로 삼고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을 이뤄낼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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