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초청해놓고 부담?…베트남, EU 제재 사절단 회담 돌연 연기

입력 2024-05-10 16:48
푸틴 초청해놓고 부담?…베트남, EU 제재 사절단 회담 돌연 연기

소식통 "제재 사절단과 어떤 회담도 푸틴 방문 계획 망칠 수 있어"…EU "실망"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제사회의 신냉전 구도 속에 비동맹 중립 외교 노선을 걷고 있는 베트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유럽연합(EU) 제재 사절단과의 회담을 돌연 연기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베트남 외교부가 최근 데이비드 오설리번 EU 제재 이행 특사 측에 오는 13∼14일로 예정된 회담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오설리번 특사는 다음 주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관료들과 러시아 제재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EU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미국 등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측은 회담 연기를 요청하면서 "고위 인사들이 오설리번 특사를 만나기에 너무 바쁘다"는 이유를 전달했다.

베트남 측은 오는 7월께 다시 회의 일정을 잡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하노이 주재 EU 외교 관계자는 성명을 내고 회담 연기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언급하면서 베트남 당국과 새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 연기가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EU 제재 사절단과의 어떠한 회담도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계획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으로서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성사하기 위해 러시아가 민감하게 여기는 EU와 제재 회담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앞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3월 말 푸틴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도 베트남 초청을 수락했으며 조만간 방문 일정 윤곽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마지막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는 베트남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가스 개발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베트남도 이같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 등을 삼가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은 1950년 수교했으며 2012년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다.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 인도,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호주 등 7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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