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14년만에 정권 교체되나…'총선 전초전'서 집권 보수당 참패
지방선거서 단체장·지방의회 대거 내줘…수낵 타격
제1야당 노동당 압승…'가자전쟁 갈등'은 총선 과제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영국 총선의 전초전으로 꼽힌 지방선거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참패로 끝났다.
잉글랜드에서 일부 지역의 직선제 단체장 11명과 107개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지만, 총선을 수개월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선거였던 만큼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보수당은 런던 시장 선거에서 노동당 사디크 칸 시장의 3선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고 노동당이 이번 선거 지역의 직선 단체장 대부분을 석권했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지방의회에서 보수당 의석수는 기존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궐선거가 진행된 블랙풀 사우스 하원의원 의석도 노동당 후보에 내줬는데,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뽑은 유권자 26%가 노동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보수당에는 40년 만에 최악이거나 그 동급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지역은 대부분 2021년 지방선거를 치른 곳으로, 당시에는 보수당이 코로나19 백신 효과로 선전했다. 불과 3년 사이 보수당에 대한 뒤집힌 민심이 이번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P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재집권할 것이라는 예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BBC 방송은 이번 지방선거 득표율을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보수당은 역대 최저인 25% 득표율에 그치고 노동당은 3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카이 뉴스도 이대로 총선이 치러지면 노동당이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는 제1 정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보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뒤처지는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 왔다.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이 쌓여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다.
영국은 지난해 3·4분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 상태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둔화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고 기준금리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연 5.25%로 유지되고 있다.
보수당이 보수표를 다지기 위해 추진한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은 인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 논란 속에 시행이 지연됐고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은 급증세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코로나19 방역 정책, 대규모 감세안 등을 둘러싼 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테리사 메이(2016∼2019), 보리스 존슨(2019∼2022), 리즈 트러스(2022), 현 리시 수낵까지 5년간 4명의 총리를 보게 된 상황은 영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르완다 법안이나 비흡연 세대 법안 추진 과정에서 잇달아 당내 강경 세력의 반란에 부딪히며 리더십이 흔들린 수낵 총리는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 강경파가 총리 불신임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으나 총선 직전에 리더를 바꾸면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노동당은 정권 심판론을 타고 압승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역풍을 확인, 총선까지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단속해 텃밭을 지켜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영국 내 무슬림 인구와 강경 좌파 성향의 노동당 당내 인사 및 지지자들은 키어 스타머 대표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재앙과 휴전과 관련해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잉글랜드 북서부 올덤 지방의회에서는 친팔레스타인 기치를 내건 무소속 후보들이 다수 당선되면서 노동당이 13년간 지켜온 과반 정당 지위를 잃었다.
뉴캐슬과 볼턴에서도 노동당은 녹색당과 무소속 후보들에게 상당수 의석을 내줬다.
노동당의 엘리 리브스 하원의원은 BBC에 "우리는 일부 지지를 잃었고 무슬림 공동체와 신뢰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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