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반전시위에 졸업식 망칠라 '비상'…금속탐지기도 등장
대학들, 보안 검색 강화…유타대 일부 학생, 구호 외치며 졸업식 방해
졸업생들 울상…"고교 졸업식 땐 코로나19, 대학 졸업식까지 불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반전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면서 각 대학이 행사장 내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등 졸업식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내 여러 대학교들이 약 일주일간에 걸쳐 진행하는 졸업식을 최근 시작했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다.
대학들은 반전시위가 계속되자 행여 졸업식 행사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보안 인력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하고 철저한 보안 검색을 통해 시위와 관련된 물품 반입을 금지하는 한편, 행사 참석자를 학생과 가족 등 소수로 제한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했다.
이날부터 오는 9일까지 졸업식을 치르는 인디애나대학교는 최근 졸업생과 그 가족에게 별도메시지를 보내 학교 측이 졸업식을 위한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마련했다고 알렸다. 또 졸업식 행사장 밖에 별도로 시위를 할 수 있는 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특히 이 대학은 모든 방문객이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도록 하고, 보안 요원들이 방문객이 소지한 모든 가방을 검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입 금지 품목에는 무기를 비롯해 시위에 이용되는 배너, 플래카드, 깃발 등이 포함됐다.
인디애나주 경찰은 대학 측이 요청할 경우 곧바로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인디애나대 캠퍼스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장기화하고 있는 대학 중 한 곳으로, 지난주 경찰이 시위대의 농성 텐트를 철거하고 30여 명을 체포한 바 있다.
오는 5일 오하이오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졸업식을 열 예정인 오하이오주립대 역시 보안 요원을 늘리고, 참석자를 대상으로 금속탐지기 검색과 가방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에서 약 5만 명이 참석하는 졸업식을 여는 노스이스턴대도 비슷한 조처를 할 예정이다.
오는 4일부터 일주일간 졸업식을 여는 미시간대 역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행사장에서 보안 검색을 실시하고 배너와 깃발 등 반입을 금지한다고 알렸다.
이 학교는 졸업식장 외부에 시위를 할 수 있는 구역을 따로 지정하겠다면서 "졸업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의 장이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대비책에도 각 대학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유타대의 경우 전날 열린 졸업식에서 총장이 연설하는 도중 일부 학생들이 야유와 함께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등 구호를 외치며 행사를 방해했다. 총장은 연설을 멈추고 시위자들에게 현장을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학의 졸업식장 밖에서는 50여명이 집회를 벌였고, 이 가운데 1명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는 당초 오는 8∼11일 열 예정이었던 졸업식의 메인 행사를 아예 취소한다고 지난달 미리 공지한 바 있다.
졸업식 행사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서 입장객 대상 보안 검색을 강화하면 통상 6만여명 규모에 달하는 참석 인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수년간의 어려운 학업을 마치고 축제 분위기 속에 학위를 받는 것을 기대한 졸업생들은 뜻밖에 불안한 졸업식을 맞게 되자 울상을 짓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인디애나대 졸업생인 매들린 갬블은 가족들과 함께 안전 문제를 우려해 졸업식 메인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단과대 행사에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갬블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던 와중인 2020년 대학에 입학해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신입생 시절을 보냈다면서 "우리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작해 또 불안정한 상황에서 끝을 맺고 있다"고 푸념했다.
미시간대 졸업생 미라 헤를도 4년 전 고등학교 졸업 당시 학교 운동장에서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서로 악수나 포옹도 하지 못했던 졸업식을 떠올리며 "우리는 성인이 되자마자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고 돌아봤다.
헤를은 "이번 졸업식에서는 긍정적인 순간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면서도 "이 또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NN은 지난달 18일 이후 전날까지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총 2천명 이상이 시위를 하다 체포됐다고 전했다.
최소 25개 주 40개 이상의 캠퍼스에서 시위대가 체포됐다.
AP는 같은 기간 미 대학 내 체포 인원이 약 2천200명에 달한다고 이날 자체 집계한 수치를 전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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