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외무 "오커스 가입 갈 길 멀어…시기 오면 고려해야"
"태평양 환경 비우호적이고 무자비한 압력…국익 부합 여부 따라 가입 결정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중심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멤버인 뉴질랜드의 외교장관이 미국·영국·호주의 또다른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가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오커스 가입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국익 관점에서 더 논의가 이뤄져야해 서두를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이날 수도 웰링턴의 뉴질랜드국제문제연구소에서 가진 연설 등에서 "경제·안보 부문 이익을 가늠한 후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자국의 오커스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현재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오커스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계획인 필러1과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사이버 안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군사 분야 기술을 공유하는 필러2다.
뉴질랜드는 이 중 필러2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스 장관은 오커스 가입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가입 당위성 자체에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기가 도래하면 뉴질랜드는 오커스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을 위해 파트너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조차 고려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무책임한 정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오커스 가입이 뉴질랜드의 주권 및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우호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헬렌 클라크 전 총리 등의 주장에 대해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는 바뀌었고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며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으며 무자비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뉴질랜드 무역과 경제 정책을 뒷받침했던 기반들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고 부연했다.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피터스 장관의 이런 언급은 태평양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오커스 참여 문제는 최근 중국과 뉴질랜드 외교 수장 회담에서 의제로 오르기도 했다.
피터스 장관은 지난 3월 웰링턴에서 열린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 후 왕 주임이 뉴질랜드의 오커스 가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한 데 대해 "나는 각국이 방위 협정을 조직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도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의'를 열고 한국의 오커스 필러2 참여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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