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1분기 실적 '희비'…상당수는 주택 수익 하락에 고전
현대건설 '깜짝실적'…DL이앤씨·대우·GS건설 등은 영업익 하락
공사비 증액·비주택부문 비중 확대에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기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건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 지난 1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상당수 건설사가 주택 부문의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했으나 이 와중에도 일부는 비주택 부문 및 해외 사업 성과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 및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실적이 개선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연결기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60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2.4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1조8천90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260억원으로 72.28% 줄었다.
앞서 대우건설도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천14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조4천8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고, 순이익은 915억원으로 6.9% 줄었다.
GS건설은 1분기 영업이익이 706억원으로 55.55% 급감했다.
매출은 3조7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58% 줄었고, 순이익은 1천383억원으로 15.34% 감소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41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으며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11.1%, 24.6% 줄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금리와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주택 부문 수익성 하락이 꼽혔다.
DL이앤씨는 공시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지난해 1분기 및 연간 평균 수준을 하회하면서 작년 동기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고금리 및 원가율 상승 영향이 지속 반영되며 작년 동기 대비 1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을 보면 자체 주택 부문 매출이 1천92억원으로 작년 동기(3천202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문의 매출 비중도 작년 1분기의 29.9%에서 올 1분기 11.6%로 줄었다.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속에 공사원가 상승 등이 정비사업 지연과 저조한 착공 실적으로 이어지며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이런 시장 상황에도 비주택 부문과 해외 수주 부문의 성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달성한 기업들도 있다.
현대건설은 1분기 영업이익이 2천5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천31억원을 23.5%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은 8조5천45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1.7% 증가했다. 이는 올해 연간 매출 목표(29조7천억원)의 28.8%에 해당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5천840억원, 3천370억원으로 작년보다 21.4%, 15.4%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주택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더불어 석유화학 설비공사 '샤힌 프로젝트' 등 국내 사업이 본격화되고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등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좋은 기존 사업장 외에 해외 대규모 공사 매출 증가와 원가율 개선이 이익 증가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최근 수주한 양질의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본격화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 내부에선 건설사들의 실적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 부문 실적의 발목을 잡던 공사비 증액 문제가 상당수 현장에서 해결되고 있고, 건설사들이 비주택 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 실적이 최근 2∼3년간 안 좋았는데 이제 공사비 상승분이 어느 정도 사업에 반영되고 있고, 공사비가 증액된 현장 착공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좀 더 정상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들이 모두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 토목과 플랜트 등 비주택 부문 비중 확대를 추진하는 분위기"라며 "비용 절감 노력도 기울이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좀 더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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