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제도, 새 총리에 '친중' 여당 후보 머넬레 선출(종합)
현 정부 외교부 장관 출신…전문가 "친중정책 유지에도 극단적이진 않을 것"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최근 몇 년간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며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교두보' 역할을 자임한 솔로몬제도의 차기 총리로 '친중' 성향의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의원들의 총리 선출 투표에서 여당 후보인 제러마이아 머넬레 후보가 31표를 얻어 18표에 그친 야당 연합 매슈 웨일 후보를 꺾고 차기 총리로 선출됐다.
머넬레는 총리로 선출된 직후 연설을 통해 "성실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항상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다른 어떤 이익보다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역대 선거는 폭력으로 얼룩져 왔으며 이에 따라 우리 경제와 생활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늘 우리는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선거에서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고 지키며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로몬제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과 2021년 반정부 폭동으로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정부는 곧 새로운 세제와 임업, 광물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68년생인 머넬레는 외교관 출신으로 2014년 국회의원으로 뽑히며 정치인이 됐다. 그는 2019년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가 재집권하자 외교부 장관에 올랐으며 2019년 대만과 단교, 중국과 수교 정책을 실행했다.
전문가들은 머넬레가 친중 정책을 이어가겠지만 소가바레처럼 극단적인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태평양 담당자 캑 킨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계속 추구하겠지만 서방 입장에서는 덜 전투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그는 노련한 외교관으로 유엔과 서방 국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서방과 관계에 낯선 사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머넬레 역시 총리 선출 투표를 앞두고 "모두에게 친구가 되고 누구에게도 적이 아닌 동일한 외교 정책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솔로몬제도는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으며, 2022년에는 중국과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미국과 호주 등 서방은 이 협정이 남태평양에 영구적인 중국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친중 정책에 솔로몬제도 내에서도 '친중' 선호 주민들과 '친서방' 선호 주민들로 나뉘어 큰 갈등이 빚어졌고, 이번 선거에서도 여당은 친중 정책을, 야당은 친서방 정책을 내세웠다.
지난달 17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우리(OUR)당은 전체 50석 중 15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지만,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여당은 소가바레 총리가 차기 총리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무소속·군소정당 후보들을 설득했고, 결국 이들의 표를 얻어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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