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외교관들, 팔 서안지구서 가자전쟁 항의 시위대에 봉변

입력 2024-05-01 13:23
유럽 외교관들, 팔 서안지구서 가자전쟁 항의 시위대에 봉변

'전쟁 중단' 외침에 회의 중단…외교차량에 돌 던져 창문 깨지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한 박물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관 회의가 가자전쟁 반대를 외치는 현지 학생들의 시위로 중단됐다.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서안지구 주재 EU 외교관들은 라말라 인근 비르자이트에 있는 국립 팔레스타인 박물관에서 팔레스타인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 중 밖에 군중이 나타나 외교관들에게 그곳을 떠나라고 말했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자 결국 해산했다.

한 외교관은 로이터에 불쾌한 경험이었지만 외교관들에게 심각한 위협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에는 외교관 소유로 추정되는 차량이 군중에 둘러싸여 있고, 사람들이 돌을 던져 창문이 깨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또다른 영상에선 박물관을 서둘러 떠나는 이탈리아 총영사 뒤로 팔레스타인인 시위대가 뒤쫓는 모습이 담겼다.

비르자이트 대학생 암르 카예드는 '가자지구에 대한 집단학살과 공세에 연루된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EU 외교관들에게 떠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한 소식통은 시위대가 독일 외교관을 찾고 있었다고 AFP에 전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가자 전쟁 중 이스라엘을 지원한 독일 대표부에 항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독일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 주요국 중 하나로, 지난해에만 3억2천650만유로(약 4천830억원)의 무기를 수출했다.

이번 시위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독일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명령해달라는 니카라과의 요청을 기각한 후 발생했다.

주팔레스타인 대표부 올리버 오차는 회의가 중단돼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팔레스타인 파트너들과 건설적인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박물관은 성명을 내고 행사장은 벨기에 대사관이 빌린 것으로, 박물관은 초청받은 이들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 비지원 국가 대사들의 참석 사실을 알았다면 장소 대여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는 이외에 라말라에 있는 캐나다 대표부에도 가자전쟁에 대한 캐나다의 입장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행진하려 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경찰이 막았다고 전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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