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입국심사 강화에 항의한 타지키스탄 '달래기'
공연장 테러 뒤 입국심사 강화…주범 4명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자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이후 자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검문이 강화된 것에 대해 타지키스탄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러시아가 일시적 조치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시로지딘 무흐리딘 타지키스탄 외무장관에게 전화로 "러시아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더욱 철저히 검문하는 것은 공연장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치가 일시적이며 특정 국가나 종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검문소 상황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양국 장관이 "양국은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된 전략적 파트너십과 동맹을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22일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145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다친 테러가 발생한 이후 러시아 내 외국인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러시아 당국의 조사 결과 직접 공격에 나선 4명을 포함해 이번 테러 연루로 검거된 피의자 대부분이 타지키스탄 국적자로 드러나면서 타지키스탄인의 러시아 입국을 제한하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RBC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지난 27일 자국민 약 1천명이 부적절한 위생 환경 속에서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억류됐다며 "타지키스탄인에게만 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국민에게 러시아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전날에는 구소련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러시아에 있는 타지키스탄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유·권리 침해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테러 예방을 위해 일시적으로 국경 검문을 강화했지만 국적을 고려한 조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테러 이후 러시아 내 타지키스탄인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기는 했으나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지키스탄 경제도 러시아에서 일하는 10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보내는 돈에 크게 의존한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