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순항…하마스, 이스라엘안에 서면답변 준비
협상 본격화…이스라엘도 현실 맞춰 요구안 완화
미 "하마스에 관대"…이집트, 협상안에 '희망적' 평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일단 순항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요구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시작되지 않던 최근 수개월과 달리 양측이 접점을 찾은 듯 제안과 답변에 진지하게 임하는 듯한 행보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대표단은 29일(현지시간) 중재국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스라엘이 제시한 협상안을 논의한 뒤 서면답변을 만들어 되돌아오기로 했다.
이집트 매체 알카헤라 뉴스는 하마스 협상 대표단이 이날 오후 늦게 출국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협상단은 이번 협상의 또다른 중재 지원국인 카타르에 거점을 둔 정치조직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행할 당사자는 가자지구 내에 있는 야히야 신와르를 비롯한 군사조직 수뇌부다.
하마스 협상단이 이들과 소통을 통해 얼마나 빨리 서면답변을 가져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하마스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이 제시한 휴전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AFP통신에 "이스라엘 쪽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협상안을 검토할 결과 '큰 문제'가 없다며 하마스의 답변이 며칠 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지난 26일 이집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새 휴전협상안을 전달받았다.
휴전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력 글로벌 매체를 통해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 지금껏 최소 40명의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이스라엘 정부가 33명만 풀려나도 받아들일 용의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이 이처럼 입장을 완화한 된 데는 40명으로 추산됐던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 환자 중 몇몇이 인질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이미 숨졌을 것이란 판단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집트 당국자를 인용, 하마스가 첫 단계로 인질 20명을 풀어주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약 500명을 석방하고 10주간 휴전에 돌입한 뒤 영구 휴전과 관련한 추가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가 받아 든 제안은 이스라엘로선 대단히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역시 WEF에 참석한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이 내놓은 새 휴전협상안을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약 1천200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았다.
같은해 11월 일시 휴전이 성사되면서 110명가량이 풀려났지만, 아직도 가자지구 곳곳에는 약 130명의 인질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과 지상군 투입 이후 6개월간 전쟁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하마스의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29일 현재까지 최소 3만4천48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 대다수가 여성과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암매장됐다가 나중에 무더기로 쇄도하는 시신과 수습인력 부족 때문에 더는 사상자 집계를 이어갈 여력이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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