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유럽 위한 '프랑스 핵우산론'에 또 후폭풍
"우리 필수이익에 유럽이익 포함" 발언 논란
야권 "주권 훼손하며 우리 핵 내주냐" 집단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핵우산을 유럽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프랑스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핵무기를 '유럽화'(Europeanize)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유럽 동맹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넘어서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날아오는 모든 미사일을 차단할 수 있는 방공망을 배치하는 것이 역량을 갖추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핵무기도 있다"라며 "프랑스의 원칙(독트린)에 따르면 우리의 필수적인 이익이 위협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전에 우리의 필수적 이익에는 유럽 차원의 이익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이 같은 억지력은 유럽 방위의 신뢰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유럽 공동방위 관련 토론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이 토론에 미사일 방어, 장거리 (미사일) 역량과 함께 핵무기(관련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무엇이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를 실제 보호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우리의 특수성을 유지할 것이지만 그러면서도 유럽 방위에 기꺼이 더 많이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프랑스의 핵우산을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고 28일 전했다.
실제로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핵우산 확장론이 국가 주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는 나토에 유일하게 핵무기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나토의 핵무기 확장억제 이행방안 논의 협의체인 핵기획그룹(NPG)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프랑스 핵무기의 잠재적 사용에 대해서는 현재 마크롱 대통령이 전적으로 권한을 갖고 있다.
야당인 불복하는 프랑스 소속 바스티앵 라쇼 프랑스 국민의회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핵 억지력은 공유될 수 없다. 유럽 영토를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전략적 권한을 제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X에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인들이 쌓아오고, 프랑스인들을 지켜주는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그를 내버려 두지 말라. 속지 말라"라고 촉구했다.
프랑수아 그자비에 벨라미 유럽 의회 의원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예외적으로 심각하다"면서 "프랑스 주권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에도 유럽 안보를 위한 프랑스 핵우산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2020년 2월 한 연설에서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 안보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 유럽 국가들과 전략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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