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침체 장기화하나…믿었던 청두·창사마저 거래 둔화
'매매 1위' 청두·'안정세 대명사' 창사, 1분기 거래 감소 속 구매 제한 폐지
"작년부터 35개 도시서 제한 완화·철폐"…베이징은 창고 임대료 14년만에 하락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작년까지 비교적 견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지방 도시들에서도 '침체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2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서부 쓰촨성 청두시는 이날부터 주택 구매자 자격 심사와 주택 추첨 제도를 폐지하고, 다자녀 가구 첫 주택에 제공하는 대출금 한도를 10만위안(약 1천9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남부 후난성 창사시는 이보다 앞선 지난 18일 부동산 구매 제한 조치를 폐지하고 시장 활성화 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첫 주택 계약금·이자 우대나 대출 지원 등이 포함됐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건강한 발전'의 전형으로 꼽혀온 청두와 창사는 201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구매 제한을 시행했다. 7년 반 만의 정책 변화인 셈이다.
청두는 중국 전체 부동산 판매가 위축된 작년 모두 14만6천건의 신축 부동산 거래를 달성해 2022년 대비 9.7%의 성장세를 보였다. 신축이 아닌 부동산 역시 22만건이 매매돼 연간 증가율이 68%에 달했고, 중국 내 거래 규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덕분에 청두의 부동산 가격은 전국 추세와 반대로 작년 12월까지 24개월 연속 상승했다.
창사는 오랜 기간 '투기 없는 지역'의 대명사였다. 당국의 엄격한 구매 제한 정책 속에 창사의 부동산 가격은 전국적 등락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지난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주민이 매매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해도 당국은 '투기 없는 지역' 정책을 고수했다.
이런 청두와 창사가 주택 구매 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은 올해 1분기 거래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부동산업체 중위안부동산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두의 신축 거래량은 2만4천33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6% 감소했다. 국가통계국의 전월 대비 부동산 가격 자료를 봐도 2월과 3월 각각 0.1%씩 떨어지며 2년 동안의 상승세가 꺾인 상태다.
창사시 역시 시내 5개 구(區)의 올해 1분기 주택 거래가 66% 감소했고, 신축 매매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국 업계는 전국적 부동산 침체 추세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던 청두와 창사마저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 주목한다. 침체 국면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통계국은 올해 1분기 전국 신축 부동산 판매 면적이 작년 대비 19.4%, 거래액이 27.6%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주거데이터연구센터는 불완전한 통계를 토대로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35개 도시가 주택 구매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허페이와 쿤밍, 쑤저우, 창사 등 22곳은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구매 제한 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곳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중국 최대 도시) 4곳과 항저우, 톈진, 시안, 하이난성 등이다. 항저우는 지난달 구축 부동산 구매 제한을 철폐했다.
한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물류업이 성장하면서 호황을 맞았던 창고 임대업도 상승세가 끝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이징의 물류창고 임대료가 직전 분기 대비 1.4% 하락했고, 이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임대료가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16.4%를 기록했다.
차이신은 "물류 부동산은 팬데믹 기간 전자상거래 수요 확대 등 영향으로 안정적인 수익과 장기적 가치 유지가 가능했다"며 "임차료·순흡수율의 하락과 공실률의 상승은 베이징 물류 창고 시장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초과수요 상황에 반전이 나타났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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