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잠잠하던 USC…美서부 대학까지 '반전 시위' 들불
NYT "정치시위에 거리 멀던 USC, 가자지구 논쟁 중심부으로"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 대학가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번진 가운데 그간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비교적 조용했던 서부 대학까지 대열에 동참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USC, 낯선 시위의 시대에 직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촉발한 학생 시위와 이로 인한 학내 안팎의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NYT는 개교한 지 144년이 된 이 학교가 그간 정치 시위나 학생 운동과 관련한 명성은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NYT는 "USC가 일각에서는 학문적으로 앞선 학교에서 탈락한 부유한 학생들이 두 번째로 선택하는 대학으로 간주됐다"고도 설명했다.
USC는 2020년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포함한 여러 사회 운동에 동참했지만, 그 수준은 인근 다른 대학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 국면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USC에서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계기는 지난주 대학 측이 올해 졸업식의 졸업생 대표 연설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학교 측은 졸업생 대표로 선정된 무슬림 학생 아스나 타바섬의 연설을 '안전 문제'를 이유로 취소했다.
이런 결정이 있기 전 타바섬의 팔레스타인 지지 성향에 대한 비판이 친(親)이스라엘 단체들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학내 안팎에서는 학교 측의 결정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학교 측 결정에 대해 친(親)팔레스타인 학생 단체들은 재고를 촉구하며 주말 사이 캠퍼스에서 침묵 가두시위를 벌였다.
반면 지역 경제계와 학계 일각에선 졸업식이 자칫 위험한 정치 대결의 장으로 변질할 뻔한 상황을 막았다며 학교 측의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찬반 측 논쟁이 심화하면서 교내 시위 양상은 한층 더 격화했다.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텐트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텐트 철거를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을 빚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에 따르면 전날 USC에서 체포된 시위자들은 9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시위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매년 대규모로 이뤄지던 졸업식 주 무대 행사를 취소했다.
이 학교에서 25년을 재직한 조디 아머 교수는 이번 학내 사태에 대해 "충격과 놀라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시민을 양성하고 싶고, 그들(학생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친 것을 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그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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