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남아공 여당 30년 집권 아성 무너질까
줄곧 과반 득표로 집권했으나 사상 첫 50% 미만 득표 유력
연정으로 과반 의석 확보해야 라마포사 대통령 연임 가능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남아공 총선은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르는 20여 개의 대선·총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선거다.
남아공의 정치·외교·경제적 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총선 이후 의회가 '아프리카 맹주' 남아공의 대통령을 뽑기 때문이다.
통상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선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줄곧 과반 득표로 집권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사상 처음 과반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ANC는 30년째 장기 집권 중이지만 사상 최악의 전력난과 높은 실업률, 부패,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다.
작년부터 ANC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시나브로 나오더니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는 39%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유권자 10명 중 7명꼴로 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요하네스버그와 더반, 케이프타운 등 남아공의 대표적 3개 대도시에서 1천30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는 ANC의 지난 30년의 집권 기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신생 야당 '움콘토 위시즈웨'(MK)당은 ANC의 득표율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고향인 콰줄루나탈주에 기반을 둔 주마 전 대통령의 인기를 등에 업은 MK당이 그의 '친정'인 ANC의 표를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MK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원내 제2야당인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EFF)를 앞지르며 ANC와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에 이어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최근에는 ANC와 남아공 정부 등을 상대로 세 차례 연속 법정 다툼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94년 총선에서 62.65%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래 66.35%(1999년), 69.69%(2004년), 65.90%(2009년), 62.15%(2014년), 57.50%(2019년) 등 매번 60%를 넘기다가 지난 총선에서 처음 50%대를 기록한 ANC의 득표율이 이번에는 40%대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ANC의 득표율이 4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제1야당인 DA의 득표율이 20%대로 예상됨에 따라 ANC가 다수당의 자리는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임을 위해서는 ANC가 연정을 통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DA가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MK가 ANC의 표를 많이 가져가면서 DA를 중심으로 한 연정이 구성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임이 힘들어지고 남아공에서는 30년 만에 정치적 지각변동이 초래되겠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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