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내년부터 HBM3E 12단 공급…HBM 시장 성장 지속"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하반기 업계 재고 수준 정상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내년부터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인 HBM3E 12단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25일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주로 8단"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친 다음에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HBM3E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 원가 상승분 등을 고려해서 기존 HBM3 대비 가격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극자외선(EUV) 생산성, 1b나노 테크 완성도를 기반으로 HBM3E 양산 램프업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진척도를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HBM3와 비슷한 수준의 수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원가 측면에서도 빠른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업계의 HBM 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HBM 공급 과잉 우려는 일축했다.
SK하이닉스는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의 AI 서버 투자 확대, AI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추가 수요 등으로 HBM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불과 반년 전에 비해 HBM 수요 가시성이 더 명확해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이후 HBM 시장은 여전히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제품 경쟁력과 대규모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상당수의 기존 고객, 잠재 고객과 함께 2025년 이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HBM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는 HBM3E 12단 실물을 공개한 바 있다.
전날에는 신규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인 청주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장 건설을 가속화해 2025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은 일반 D램에 비해 다이 사이즈가 2배 정도 커서 더 많은 웨이퍼 생산능력(캐파)이 필요하다"며 "올해 일반 D램을 생산하는 웨이퍼 캐파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쯤 일반 D램 제품의 수요 개선이 명확해지는 시점에 기존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가동률이 회복될 것"이라며 "다만 가동률을 100% 회복하더라도 선단 공정 전환 과정에서 웨이퍼 생산 캐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올해 연말 D램 업계의 캐파는 과거 피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용 수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응용처의 수요는 하반기로 갈수록 작년 대비 수요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메모리 전반의 재고 수준도 연말에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말 메모리 완제품 재고는 보수적인 판매에도 판매량이 생산량을 웃돌며 D램과 낸드 모두 감소했다"며 "올해는 선단 공정 제품 중심으로만 생산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고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레거시(구형) 제품은 하반기로 갈수록 소진 속도가 가속화돼 연말에는 타이트한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PC나 스마트폰, 일반 서버같은 기존 응용처에서 수요 개선이 이뤄질 경우 현재 고객사가 보유한 메모리 재고 소진이 이뤄질 것"이라며 "수요가 예상을 상회한다면 이들 제품에 대한 공급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진하던 낸드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 확대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등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당분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우호적인 가격 환경과 고용량 eSSD 제품의 급격한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며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 등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해도 흑자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재고평가손실 환입분은 9천억원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어 "빠르게 실적이 개선되는 솔리다임의 경우 고용량 매출 증가 효과가 큰 만큼 계속해서 실적 개선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낸드의 경우 일반 응용처의 수요 개선이 의미 있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보고 D램 대비 신중하게 가동률 회복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HBM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도입하는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초기 도입 시점에는 생산성과 품질 리스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 성숙도가 충분히 확보된 후에 적용하는 것이 HBM의 안정적인 공급과 원가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품질 확보를 위해 다방면에서 협력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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