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親팔레스타인 시위 격화…하버드대서도 수백명 참여(종합)
동부 아이비리그 중심에서 서부까지 확산…텍사스대에선 기마대까지 동원
일부서 시위대 체포·강제해산…하원의장, 컬럼비아대 방문해 총장사퇴 요구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이도연 기자 =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한 시위는 동부를 넘어 중부, 서부 지역 대학으로 번지면서 24일(현지시간) 한층 더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은 이날 뉴욕 컬럼비아대를 방문해 이 대학 총장에게 시위대를 해산시키지 못한 책임을 물으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AP·블룸버그 통신과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동부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대학 내 반전 시위가 최근 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시위가 벌어지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원하는 기업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이스라엘 자체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학생들은 ▲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업체와의 거래 중단 ▲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부터 연구비 수락 중단 ▲ 이스라엘 기업 등으로부터 돈을 받는 자금 매니저로부터의 기부금 수락 중단 ▲ 이스라엘로부터 받는 자금을 더 투명하게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시위는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 연합'이나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와 같은 학생 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들 단체는 다른 대학 단체들과 연합해 시위를 펼치기도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학 측의 요구로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거나 체포하면서 학생과 시민들의 반발을 유발해 동조 시위에 나서는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이날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직후 기마대를 포함해 진압봉 등 진압장비를 갖춘 텍사스주 경찰이 캠퍼스에 들어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고 학생 34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 경찰이 텍사스대에서 시위대를 몰아가며 해산시키는 영상을 게시한 뒤 "체포가 지금 진행 중이고 군중이 해산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이 시위자들은 감옥에 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텍사스의 모든 공립대학에서 증오로 가득 찬 반유대주의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쫓겨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경찰이 떠난 뒤 다시 학생 시위대 약 300명이 잔디밭에 모여앉아 다시 구호를 외쳤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제이 하트젤 총장은 "규칙은 중요하고 시행될 것"이라며 "우리 대학은 점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하이오주립대도 캠퍼스 내 학생들의 시위 도중 2명이 체포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 학교 대변인은 "어제 시위가 다른 학생들과 교수진, 교직원에게 방해가 됐고 학교는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다"며 "방해 행위가 계속돼 2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 시위대가 있는 곳에 대학 경찰을 계속 배치할 방침이다.
뉴욕대에서는 지난 22일부터 학생들이 설치한 시위 텐트가 늘어나고 수백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뉴욕 경찰은 이 캠퍼스에서 시위대 133명이 연행됐으며 이들은 무질서 행위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받은 뒤 풀려났다고 이날 밝혔다.
브라운대에서는 이날 오전 90여명의 학생이 텐트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대학 대변인은 학생들이 대학 정책을 위반하고 있다며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도 80여명이 전날 캠퍼스 안뜰을 점거한 뒤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보스턴 경찰은 법 집행 조치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또 하버드대 학생 수백명은 학교 내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인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 활동을 학교가 중단시킨 데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중 일부는 교내에 텐트를 치고 시위에 나섰다.
앞서 하버드대는 시위에 대비해 지난 22일 대부분의 출입문을 잠그고 학교 신분증을 소지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도록 출입을 제한했다.
미네소타대에서는 전날 경찰이 도서관 앞 시위 텐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9명이 연행됐다. 이후 학생들은 연행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미네소타대 교수진 80명은 대학 측에 경찰력 동원 없이 텐트를 유지하도록 해달라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현재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우리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행정부가 허용한다는 것에 경악했다"라고 썼다.
예일대에서도 지난 22일 시위대 48명이 텐트 농성 해산을 거부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미 서부에서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 전날까지 30개의 시위 텐트가 설치됐고, 이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도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한 가운데 학교 측 안전요원들이 이를 제지하자 학생들이 저항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USC에서는 24일 저녁 서로 팔짱을 끼고 시위하고 있던 학생들이 한명씩 체포됐다.
경찰은 해산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앉아있던 이들을 포위했고, 학교 측은 캠퍼스를 폐쇄했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훔볼트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건물에 들어가 사흘째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 중이다. 이 학교는 캠퍼스를 폐쇄하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주 뉴욕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중심으로 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철수 요청을 거부한 시위대를 해산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커졌고, 경찰은 지난 18일 100여명을 무더기로 연행했지만 이후 더 많은 텐트가 들어섰다.
학교 측은 이날 학생 시위대 중 상당수가 텐트를 철거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학생 시위대 측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학교 시위대는 또 "우리의 평화 시위에 대해 대학이 법 집행기관을 부르지 않겠다는 양보를 얻어냈다"며 학교 측과의 협상 시한이 48시간 연장됐다고 밝혔다.
현재 컬럼비아대에는 텐트 약 60개가 남아있으며 경찰이 캠퍼스를 둘러싸고 금속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보안이 엄격하게 유지되는 상태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컬럼비아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샤피크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존슨 의장은 "우리는 캠퍼스에서 이런 종류의 증오와 반유대주의가 번성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나는 오늘 동료들과 함께 샤피크 총장이 이 혼란을 즉시 수습하지 못한다면 사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시위가 빨리 진압되지 않으면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도 했다.
학생들은 존슨 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에게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이처럼 이번 시위에 정치권이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태가 더 복잡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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