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중국 간첩' 잇단 적발…유럽의회도 침투했나
의회 내부정보 넘긴 혐의…6월 선거 앞두고 러·중 개입 경계심
중국 외교부, 유럽 내 간첩 의혹 강력 부인
(베를린·베이징=연합뉴스) 김계연 정성조 특파원 = 독일과 영국에서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된 간첩 피의자가 잇따라 적발됐다.
독일 연방검찰청은 22일(현지시간) 극우정당 의원 보좌관 지안 G(43)를 형법상 타국 정보기관을 위한 간첩 혐의로 드레스덴의 주거지에서 체포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 출신 독일 국적자인 그는 독일대안당(AfD) 소속 유럽의회 의원 막시밀리안 크라(47)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올해 1월 유럽의회 협상·결정 관련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중국 정보기관을 대신해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그가 크라의 보좌관으로 일하기 시작한 2019년 이전부터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현지 매체 슈피겔과 베를리너차이퉁 등에 따르면 그는 독일 내 중국 태양광·무역업체에서 일하며 한때 반체제 운동에 가담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만나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비판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그는 10년 전 독일 정보당국에 첩보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했으나 당국은 그를 이중간첩으로 의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독일 검찰은 22일 하루에만 지안 G를 포함해 중국 스파이 4명을 체포했다. 헤르비히 F(72) 등 다른 용의자 3명은 독일 대학과 기술협력을 가장해 군함 엔진부품 기술 등을 입수한 뒤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의 중국 스파이 활동이 적발됨에 따라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는 물론 중국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크라 의원은 당내에서 친중 노선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극우 성향 잡지와 인터뷰에서 "유럽이 미국의 속국 아닌 독립적 주체가 되려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AfD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선도후보(슈피첸칸디다트)로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친 러시아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선전세력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됐다. 벨기에 검찰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매체 '보이스 오브 유럽' 등 러시아 선전세력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다.
영국 검찰도 중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전직 의회 연구관 크리스토퍼 캐시(29)와 크리스토퍼 베리(32) 등 2명을 기소하기로 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간첩 의혹을 부인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실제로 여러분도 똑똑히 봤듯이 최근 한동안 이른바 '중국 간첩 위협론'은 유럽 공론장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중국과 유럽의 고위급 상호 작용을 전후해 새로운 대대적인 과장 선전(炒作)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대대적인 선전의 의도는 명백한데 바로 중국을 먹칠, 탄압하고 중국-유럽의 협력 분위기를 깨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의 원칙 위에서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협력을 전개하고 (상대방의) 법규를 지키면서 협력을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영국·독일 사건에 관한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강경한 어조로 "우리는 독일 측 관련자들이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릴 것을 희망한다"거나 "이른바 중국이 영국의 정보를 훔쳤다는 말이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악의적 비방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위 '중국 간첩 위협'이라는 가짜뉴스 유포와 반(反)중국 정치 농단, 악의적 비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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