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탈리아 재정적자 GDP의 7.4%…EU 최고

입력 2024-04-22 23:45
지난해 이탈리아 재정적자 GDP의 7.4%…EU 최고

'세금먹는 하마' 슈퍼보너스 정책으로 적자 눈덩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4%로 집계됐다고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2년 8.6%보다는 감소했지만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EU 평균(3.5%)과 비교하면 배 이상이다.

지난해 4월 이탈리아 재무부는 2023년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 대비 4.5%로 잡았지만 같은 해 9월 5.3%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달 1일 7.2%, 이날 7.4%로 더 높아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적자 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에는 이전 정부가 도입한 '슈퍼보너스'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정책은 이탈리아 정부가 주택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비용의 최대 110%를 5년 동안 공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단열재, 태양광 패널 설치, 난방기 교체 등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던 2020년 7월에 도입된 이 정책은 전국적인 주택 개량 붐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기에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었지만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에는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됐다.

2022년 10월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이 정책을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회계 처리가 지연되면서 재정적자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뉴스채널인 스카이TG24에 따르면 세르조 니콜레티 알티마리 이탈리아 중앙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슈퍼보너스 소요 예산이 지난해에만 GDP의 3.7%였다며 이는 작년 4월 정부의 추정치를 5배 이상 웃돈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할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내년까지 연장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재정 관리의 불확실성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GDP 대비 평균 재정적자 비율은 2022년 3.7%에서 지난해 3.6%로 감소한 반면 EU 평균은 3.4%에서 3.5%로 증가했다.

이 비율은 이탈리아에 이어 헝가리가 6.7%, 루마니아가 6.6%로 뒤를 이었다.

EU는 건전재정 유지와 재정 정책 공조를 위해 회원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프랑스(5.5%)를 포함해 총 11개 국가가 '3% 룰'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스타트는 또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2년 140.5%에서 지난해 137.3%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16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유로존의 이 비율은 2022년 90.8%에서 지난해 88.6%로 감소했으며 EU 전체로는 83.4%에서 81.7%로 떨어졌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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