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낵 총리 "근로자 '병가 문화' 남용 없애야"
"복지 체계 재검토"…보수 유권자 겨냥 '총선용' 분석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영국 일터에 장기 병가를 남용하는 '병가 문화'가 형성돼 있다면서 이와 관련한 복지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BBC 방송·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장기 병가에 따른 비경제활동 인구가 전례없이 급증했다면서 "이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으로, 우리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인력을 그렇게 많이 잃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생산 가능 연령인 16∼64세 영국인의 22%인 940만명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돼 2015년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 병가 중인 근로자는 280만명으로 구직활동 중인 실업자 수의 2배다.
지난해 장기 병가와 복지 수당을 받는 데 필요한 업무 적합성 진단서는 1천100만건 발급됐으며 그중 94%가 업무 부적합 진단을 담았다.
수낵 총리는 현재처럼 일반의(GP)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발급 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 책임을 GP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보건 전문가 등에게로 옮기는 방안을 시험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삶의 일상적 문제와 근심을 과도하게 의료화하는 위험에 대해 더 솔직해져야 한다"며 정신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한 병가 남발을 지적했다.
영국에서 장기 병가자의 53%가량이 '우울증 또는 불안'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상당수가 이를 다른 일차적 건강 문제에 동반된 부수적인 이유로 보고했다고 영국 매체들은 전했다.
총리실은 이번에 내놓은 복지 개혁 조치가 비경제활동 인구의 증가를 막고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수낵 총리가 복지 제도에 고삐를 죄어 보수당 핵심 지지층에 호소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학협회(BMA)의 GP 위원회는 공공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 대기가 길어 일터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문제가 더 크다고 반박했다.
케이티 브라멀-스테이너 위원장은 "총리는 '병가 문화'라는 적대적인 언급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일터 복귀를 막는 신체·정신적 치료 방해 원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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