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특위 "美금융사들, 블랙리스트 中기업에 수십억불 투자"
미·중 전략경쟁특위 보고서 공개…블랙록·MSCI 등 지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금융지수 개발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촉진했다는 미 하원 특별위원회 보고서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미·중 전략경쟁특위)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역량 강화를 지원하거나 인권침해 등에 연루돼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 63곳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65억 달러(약 9조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집계했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 자금을 투자받은 중국 기업에는 전투기 제조 방산업체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 유전자 기업 BGI 그룹, 인터넷 보안업체 치후 360 등이 포함됐다.
특히 뉴욕에 본사를 둔 블랙록은 최소 19억 달러(약 2조6천억원)를 이들 기업에 투자했고, MSCI가 제공한 지수로 인해 중국 내 문제기업들에 흘러가게 된 자본도 37억 달러(약 5조1천억원)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MSCI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주가지수를 개발하는 금융회사다.
전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인덱스펀드를 구성할 때 MSCI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종목을 선정하며, MSCI는 2017년 6월 중국 본토에 상장된 A주(내국인과 허가받은 외국 투자자만 거래 가능한 주식)의 신흥시장(EM) 지수 편입을 결정해 중국 기업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고서는 "블랙록과 MSCI만이 아니다. 교차 점검 결과 여타 주요 지수 제공업체와 자산운용사들도 이와 동일하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몰아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많은 미국인에게는 놀랍게도 이런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라면서 미국 의회가 이를 막기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인들이 노후를 대비해 모은 수십억 달러의 저축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인권침해에 계속 자금을 대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 금융기관들을 통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 투자된 자금은 "(관여된) 회사들의 규모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이라면서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날 보고서로 드러난 미국 금융기관들의 행태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랙록은 성명을 통해 "보고서에는 인덱스 펀드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들이 담겼다"고 반발하면서도 "하원 특위와 보고서는 블랙록이 관련 미국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MSCI도 성명에서 주가지수는 시장 실적을 측정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일 뿐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MSCI 지수가 미국 법과 규제를 준수한다는 점을 특위가 인정해 기쁘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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