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이 인권 유린' 내부보고 무시하고 지원 이어가"
"일부 군·경찰 부대에 지원 중단해야" 국무부 특위 권고에도 정책 불변
지난해 만든 '美무기 피해 조사' 제도도 무용지물…"담당 인력 태부족"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 국무부가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이스라엘 군·경찰 부대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를 무시한 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국무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인 '이스라엘 레이히 심사 포럼'(ILVF)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았으나 무시했다고 다수의 전현직 국무부 관리들이 밝혔다.
ILVF 보고서에 포함된 인권 침해 사례는 대부분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전에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이스라엘군이 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노인에 재갈을 물리고 수갑을 채운 채 방치해 죽게 만든 일과 이스라엘 심문관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기소된 10대 소녀를 고문하고 강간했다는 주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중동 및 인권 전문가로 구성된 ILVF 패널은 블링컨 장관에게 이스라엘 국경 경찰과 서안에 주둔하는 일부 부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블링컨 장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이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ILVF 패널은 미국 정부가 명백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외국 정부나 군대 등을 지원하지 못하게 한 1997년 '레이히 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특별 위원회다.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은 가디언에 보낸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침해에 대해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은 매우 우려스러우며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인권법을 동등하고 편견 없이 적용할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의 신뢰도를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은 프로퍼블리카에 당국이 미국 인권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과정은 신중하고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며 국무부는 대상 국가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해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외국 정부가 미국산 무기로 저지르는 민간인 탄압을 감시하기 위해 도입한 '민간인 피해사건 대응 지침'(CHIRG) 제도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지침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외국 정부가 미국산 무기로 민간인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외교적 조치 혹은 무기 수출 중단 등의 대응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대여섯명에 불과한 데다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터진 이후 더욱 흐지부지되며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CHIRG 운영에 대한 질문에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 가자지구 분쟁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수의 사건을 CHIRG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있지만 진행 중인 검토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8일까지 이스라엘 등 미국의 무기 지원을 받는 국가들이 해당 무기를 국제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고 한 서약에 대한 공식 검토 결과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워싱턴 국장 사라 예거는 미 정부가 이스라엘군의 국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여러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당 검토 결과에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며 "국무부는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HRW 등 인권 단체들을 신뢰하면서, 우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면 이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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