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부족한데 군입대는 꺼려…각국 징병제 부활 화두로
이코노미스트 "젊은세대 군복무 부정적…의무복무 국가 주목"
한국 가학적 병영환경 개선, 남성 징병의 반작용도 소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세계 정세 불안으로 각국이 병력 증강을 꾀하고 있으나 신병 모집이 수월하지 않으며 징병제 부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도화선이었다.
독일은 현재 18만2천명인 정규군 병력을 2030년까지 20만3천명으로, 프랑스는 같은 기간 24만명에서 27만5천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에 인접한 폴란드는 연내 19만7천명에서 22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며 최종 목표는 30만명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중국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군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경력 지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젊은 세대가 입대를 꺼리며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네덜란드의 현재 병력은 냉전 시대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4만9천명인데, 지난해 정기모병에서도 3천600명을 확보해 목표 5천명을 채우지 못했다.
국제 여론조사 연구단체 세계가치관조사(WVS)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유사시 나라를 위해 싸울 의향이 있는가'라는 문항에 16∼29세 응답자의 36%만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이 비율이 40% 안팎에 그쳤다.
이코노미스트는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국가를 위해 희생하려는 의지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나 군부독재를 경험한 나라에서는 특히 군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큰 편이라고 해석했다.
경제적 원인도 있다. 세계 주요국의 청년 실업률이 낮고 구인난이 생겨 노동시장에서 군이 민간 부문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각국은 젊은 세대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독일 군은 '우리는 독일에 봉사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애국심 고취에 나서는 동시에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캠페인을 벌인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우 군 환경이 혹독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는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고 임금을 높이는 한편 가학적인 교관을 퇴출하는 등 변화를 줬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한국 정부가 더 많은 여군을 원한다면서 남성만 징집하는 제도가 남성의 분노와 반페미니즘 정치를 부추겼다고도 전했다.
징병제는 세계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냉전이 지나고 군사 활동도 첨단기술 중심으로 바뀌면서 많은 나라에서 징병제를 폐지했으나 최근 일부 국가는 의무 복무제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20세기 초 약 80%의 나라가 어떤 식으로든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에 40% 아래로 떨어졌다.
1995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이 징병제를 폐지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 중 8개국만 징병제다.
이는 이란과 북한,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가 군을 증강한 것과 대조된다.
가장 시급하게 징집에 나선 국가는 물론 전쟁 중이거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징집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췄고 러시아는 동원한 수십만명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는 의무 복무가 사회의 중심축이다. 이스라엘은 남성 복무를 32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리고 예비군 소집 연령을 45세로 높이는 안을 추진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사시 나라를 위해 싸우려는 젊은 세대의 의지가 강한 국가는 대만, 한국,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라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경우 2011년 폐지한 징병제를 2018년 부활시켰고 병력을 6만9천700명에서 9만6천300명으로 늘려 가고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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