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고금리에다 총선 후 생필품값 줄인상…민생고부터 챙겨야
(서울=연합뉴스)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각종 식품과 생필품값이 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 15일 9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1천900원씩 올렸다. 쿠팡은 지난 13일부터 유료 멤버십 월 회비를 7천890원으로 무려 58.1%나 인상했다.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다. 섬유유연제와 생리대 등 생필품 중심으로 먼저 오르고 다음 달에는 볼펜에 가공란과 과자, 김, 일부 라면 가격도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여 생산비 증가로 인한 추가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있다. 급락하는 원화 가치 때문에 계속 오르는 수입 물가도 국내 물가엔 큰 부담이다.
지금의 고물가 상황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을 찾기가 어렵다. 총선이 끝난 만큼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어려운 가계를 더욱 옥죄어온 고금리 기조가 조기에 바뀔 가능성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언급, 금리 인하 기대감은 확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당초 미국이 6월에 인하를 시작해 올해 총 세 번 기준금리를 낮출 거로 봤으나 올해 9월에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해졌다. 한국도 일러야 4분기에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점차 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의 '이중고'는 통계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은행이 전국 만20∼64세 경제활동자(근로자·자영업자 등)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544만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었지만 월평균 소비는 5.7%가 증가했다. 소비가 늘어난 이들의 96.1%는 물가 상승과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부채가 있는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201만원으로 1년 새 7% 줄었으나 월 부채 상환액은 평균 93만원으로 8만원 증가했다. 뛰는 물가 탓에 가구의 소득보다 소비 증가 비율이 더 높았고, 빚은 줄어도 이자 부담은 높은 금리 탓에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향후 1년(2024년)의 가계 생활 형편 전망에 대해선 77.4%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정부는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물가 흐름은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시행한 물가 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값이 급등한 품목에 돈을 풀어 가격 할인 지원을 하는 식의 대증요법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유가와 환율 같은 국외 물가 요인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면서 "민생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정부는 높은 물가와 금리에 고통받는 국민을 어떻게 챙기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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