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 격화에 중동 핵 위기 닥치나
이란 '억지력' 확보하려 핵 프로그램 확대 가능성…"핵무기 몇개 만들 우라늄 보유"
이란 핵에 강력 대응해온 이스라엘…"이란 결단하기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격화하면서 중동에 핵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 내 긴장이 최고조로 다다른 가운데,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습이 별 피해를 주지 못하고 끝나면서 이란이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핵무기 생산을 결단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를 천명해온 이스라엘은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거나 전면전을 선택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 확대를 선택할 시점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이 해외의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3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핵무기를 고려할 가능성이 무척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볼만하지만 치명적이지 않게 설계된 이번 공격은 이란 억지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현재 테헤란에서 나오는 승리의 수사와 상관없이 이란의 억지력이 약화할 경우 이란은 핵무기라는 궁극적인 억지력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란은 2015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 동결 또는 축소를 대가로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등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에 이란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핵무기에 쓰이는 우라늄은 농도가 90%가 되어야 한다.
농도 60%에 일단 도달하면 90% 농축에 큰 기술적 어려움은 없으며 이란은 이미 농도를 84%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IA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보유한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약 121.5㎏이라고 밝혔다.
IAEA는 이론적으로 60% 농축 우라늄 42㎏로 핵탄두 1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보 싱크탱크 핵위협방지구상(NTI)의 에릭 브루어는 지난 2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60% 농도의 우라늄을 90%까지 농축하면 약 3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고, 농도가 20%, 50%인 비축량까지 포함하면 추가로 핵폭탄 몇 개를 더 만들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군축협회(ACA) 전문가 켈시 데이븐포트는 "이란이 가능한 한 빨리 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아마 6개월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생산 시도는 즉각적으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과거부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고 공언해왔으며 2020년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 책임자를 포함해 여러 명의 이란 핵 과학자를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비공식 핵보유국이다.
자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지만 90∼4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극우 정당 소속 장관인 아미차이 엘리야후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설명하면서 "핵 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핵 위협은 이란에도 가해질 수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대응을 시사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란이 실제적으로는 핵무기 생산에 뛰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압둘라술 디브살라르는 "이란이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비용이 훨씬 많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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