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한은 통화정책 수단 제한적…유효성 제고 노력 필요"
"환율 우려할 만한 수준 아냐…금리인하 서두를 필요 없어"
"트럼프, 굉장히 명석…우리가 얼마든지 대처 가능"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한은이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로 4년의 임기를 마치는 조 위원은 이날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은이 앞으로도 더 많은 분석, 노력과 모색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은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목표로 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책 수단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비해 제한돼 있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더 구체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와 유동성은 한은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주요국,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정책·감독 당국의 신용·감독 관련 정책, 정책금융기관, 한국전력공사 등과 같은 준 재정기관의 대출 행위와 자금조달 방식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짚었다.
조 위원은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재정정책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와 시중금리,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신용정책, 정부 부처 및 공기업, 정책금융기관들의 준 재정정책 등과도 보다 잘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외환보유액이나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달러 강세"라며 "지난 한주 달러 강세보다 원화가 더 절하된 것은 중동 정세와 관련이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에 대해선 "지금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물가 목표(2%)로 물가상승률이 수렴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목표 수준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금통위가 제시해온 3개월 후 기준금리 수준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그 효과가 어떤지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떨어지면 좋다"면서도 "너무 빠르게 축소하기도 어렵고, 빠르게 축소하려고 하면 그만큼 충격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상각이나 구조조정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기 때문에 서서히 조정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가계대출 축소를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반드시 중요한 목표로 삼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기인 2017~2019년 주미 대사를 지낸 조 위원은 '트럼프 2기 전망'에 대한 기자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특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 정부 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경제 흐름이 어떻게 될지가 더 중요하다"며 "지난 1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큰 과제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1기의 경제정책과 바이든 경제 정책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트럼프라는 분도 굉장히 명석한 분이다. 우리가 얼마든지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 위원은 젊은 시절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과 재정경제원 장관 자문관을 거쳐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맡았다. 한때 한은 총재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조 위원은 퇴임 후 구상에 대해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며 "평생 직업을 학자로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책 읽고 공부하고 또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고 그렇게 지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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