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과학자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서 '소속국 변경' 요구"

입력 2024-04-12 22:41
러 과학자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서 '소속국 변경' 요구"

"굴욕적 요구 받아들이느니 불참하기로"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의 과학자가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IGC) 참석하려면 러시아 출신임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자 아르템 오가노프는 지난 7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IGC 주최 측에서 "러시아 소속을 다른 국가 소속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선수들이 2024 파리올림픽에 국기나 국가를 사용할 수 없는 '개인중립선수'로만 출전하는 것처럼 IGC도 러시아 과학자에게 러시아 소속임을 드러내지 않는 사실상 중립국 신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오가노프는 "굴욕감을 느꼈다"며 이 조건을 받아들이느니 총회 참석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최 측과 주고받은 서한도 공개했다. 그는 답장에서 "러시아 과학자에 대한 차별에 경악과 충격, 실망을 느꼈다"며 항의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매체 폰탄카도 이 지역의 과학자들도 IGC 측에서 '소속을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주한 러시아대사관이 국제관계의 정치적 이해가 학술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행사를 개최하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의 존 루든 회장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러시아와 모든 교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IGC는 IUGS가 4년마다 개최하는 '지질과학 올림픽'으로 올해는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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