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자 '김빠진' 밸류업·저PBR株…"종착역" vs "저가매수"

입력 2024-04-11 14:27
총선 끝나자 '김빠진' 밸류업·저PBR株…"종착역" vs "저가매수"

연초 증시 상승 견인 후 동력 약화…총선 야당 압승에 제동 우려

증권가 "5월 가이드라인 발표까지 유효" "양당 합의 가능한 문제"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올해 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종착역이 이른 걸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에 기업들이 호응하면서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 데는 성공했으나,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이 완패하면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권 심판 성격의 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해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고 조기 레임덕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정책의 추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설계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당근'인 세제 혜택은 필수 요소인데, 야권의 협조 없이는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 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언급된 이후 국내 증시의 메인 테마가 됐던 '저PBR'은, 한달여 만인 2월 26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를 정점으로 기세가 꺾였다.

대표적인 수혜주인 KB금융[105560]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 5만원대에서 횡보하다 저PBR 바람을 타고 상승, 지난달 중순 7만8천600원까지 50% 이상 급등했으나 현재는 6만원대로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처음에는 저PBR주로 한 데 묶여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수혜주들은 지난달부터 밸류업 관련 세제 혜택 언급 등 단기 재료에 반응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종목별 모멘텀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여왔다.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당초 6월로 계획했던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확정 발표를 5월로 당기고, 통합 페이지 개발을 서두르는 등 밸류업 모멘텀의 불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더 꺾이게 됐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총선 결과를 두고 11일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5월 이후 밸류업 정책이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총선 패배로 인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그동안 밸류업 정책을 이끌었던 금융당국에도 (인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이날 저PBR주는 일제히 약세로 출발했다. 특히 대표적인 저PBR 종목인 현대차[005380], 기아[000270]가 약세로 출발했고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메리츠금융지주[138040] 등 밸류업 수혜를 봤던 금융지주들은 낙폭이 5%대에 이를 정도로 컸다.

다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이들 종목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이거나 오름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3.95%), 기아(2.22%), 하나금융지주(0.52%), 메리츠금융지주(0.36%)가 상승 전환했고 KB금융(-0.43%), 신한지주[055550](-0.46%) 등도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을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취지는 낮은 주주환원 문제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고, 동학개미 운동을 기점으로 유권자 내 주식투자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저PBR 업종이 반도체나 바이오처럼 증시 전체를 견인하는 주도 업종으로 격상하기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5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 전까지는 주도 테마로서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환·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승하겠으나 주식시장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양당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며 "관련주의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이는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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