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제동…반독점 조사 개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인수·합병에 따른 독과점 가능성 공식 조사에 나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미 법무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법무부가 해당 인수·합병이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할 가능성을 두고 예비적 검토를 한 데에 뒤이은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법무부가 언제 공식 조사에 나섰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식통들은 최근에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앞서 지난달 18일 법무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과 관련한 독과점 우려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조만간 심층적인 공식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법무부의 심층 조사는 6개월 이상 걸리고 경우에 따라 1년 넘게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조사가 길어지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도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법무부가 독과점 우려와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찾고자 조사를 연장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추가적 법적 장애물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당초 사측이 2분기나 3분기에 합병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법무부의 조치로 지연될 것으로 보이며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나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치권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표심을 의식해 일본제철의 인수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노동자와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는 일본제철이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과 합작한 미국 앨라배마주 캘버트의 전기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합작 회사는 자동차용 철강 시장에서 US스틸과 직접 경쟁하는 관계다.
소식통들은 법무부 변호사들이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일본제철·아르셀로미탈 전기로가 일본제철·US스틸 합병 회사와 어떻게 경쟁할지에 대해 질문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용 철강시장에서 상위 3개 업체는 아르셀로미탈과 US스틸, 다른 미국 철강기업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여전히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안보 우려 심사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CFIUS의 안보 우려 심사에 대해 수개월은 걸리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CFIUS가 보통 적대국 관련 거래를 조사한다는 점에서 동맹국인 일본 기업 관련 거래를 막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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