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상수원…콜롬비아·멕시코 수도권 물 부족 비상
극심한 가뭄에 저수율 급락…보고타 제한 급수·멕시코 주민 시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해발고도 2천m 넘는 지역에 위치한 중남미 콜롬비아와 멕시코 수도권이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에 허덕이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제한 급수를 눈앞에 두고 있고,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인근 주민들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시와 멕시코주 경찰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종합하면 보고타에서는 11일부터 수로망에 따라 구역별로 나눠 제한 급수가 시행된다.
해당 지역에서는 당일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물 공급이 끊긴다. 단수는 한 달에 3일꼴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고타시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번 조처로 보고타 수도권 900만명의 주민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시는 예측했다.
수도권 수돗물 70%가량을 공급하는 주요 상수원인 산라파엘 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 주말 기준 18%대라고 보고타시는 덧붙였다.
카를로스 페르난도 갈란 시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말라붙어가는 저수지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게시하며 "물을 아껴달라"고 호소한 뒤 "병원과 학교 등에 대해선 급수 제한 제외 등 비상 조처를 통해 물 부족 사태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수도권 주민도 수돗물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멕시코시티 주변의 물 부족은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이지만, 올해에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게 레포르마 등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멕시코시티 수도관리국(SACMEX·사크멕스)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주요 상수원 중 한 곳인 쿠차말라 수계 저수지의 저수율이 30%에 불과한 상황이다. 평균 저수율 절반을 밑도는 수치로, 28년 만에 최저다.
일부 지역에서는 며칠 동안 물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급수차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멕시코주 오호데아구아 주민들은 멕시코 주요 도로인 파추카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차량 통행을 막고 상수도 재가동 요구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한 달 동안 수십가구가 단 한 방울의 물도 공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일간지 밀레니오는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올해 엘니뇨 기후 패턴에 따른 가뭄으로 주요 상수원에서 전례 없는 물 고갈 현상을 보였다고 분석한다.
보고타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거의 1년 사이에 비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평소보다 더 길어졌다고 시는 밝혔다.
특히 해발 2천m 넘는 고지대인 보고타와 멕시코시티는, 강우량이 줄어들 경우 주변에서 물을 끌어올 만한 대체 상수원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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