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헛바퀴'…라파 지상전 임박설에 혼란 지속
"협상 타결까지 멀어"…영구휴전 여부 등 쟁점
바이든 '이스라엘이 먼저 휴전 제의' 압박 가중
네타냐후 대공세 의지…"美당국자들 '허세부린다' 저평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6개월을 넘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운명이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에도 여전히 안갯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재개된 휴전 협상에서는 9일(현지시간)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연일 예고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휴전 협상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입장 차이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제 타결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과 인질 석방에 관한 미국의 새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재자들은 양측이 타결까지는 아직 멀었다며 경고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협상 중재에 관여하는 관리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아직 협상의 핵심 쟁점들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리는 이날 "솔직히 말해 우리는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집은 떠난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 석방될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명단, 6주간 휴전이 영구적인 휴전으로 이어질지 여부 등이 핵심 사안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 협상에 대해 "이스라엘이 몇 가지 진전된 조치를 봤다"고 말했지만 인질 석방과 관련해선 아직 하마스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계속된 협상에서 새 중재안을 제안했다.
중재안의 골자는 6주간 휴전, 가자지구로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 40명(전체 100여명 추정)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의 교환, 가자지구 남부 피란민의 북부 복귀다.
그러나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태도를 볼 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하마스는 9일 새벽 이스라엘 측의 휴전안을 '비협조적'이라고 묘사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지만 우리는 계속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협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향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강력히 만류하는 라파 지상전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라파에 진입해 테러 부대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 작전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다. 우리는 날짜도 잡았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인 9일 한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AFP통신에 "국방부가 가자지구용 (텐트) 입찰 제안을 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이 조달하려는 텐트는 12인용 4만동으로 모두 4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양이다.
텐트 대량 구매는 라파 공세에 앞서 대피시킬 피란민의 수용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는 게 현지 언론의 해석이다.
라파에는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 230만명의 절반이 넘는 140만명에 가까운 피란민이 몰려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에서 98사단이 철수한 것은 예상되는 라파 공격을 포함한 추가 작전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칸유니스에서 98사단을 철수하고 가자지구 남부에는 1개 여단 병력만을 남겨뒀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을 준비하는 듯한 행보를 잇따라 보이지만 미국 정부는 당장 공격이 임박하지 않았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여러 고위 당국자는 개인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라파 관련 발표에 대해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간주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권 내 극우세력의 압박 등을 감안해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도 '라파를 공격할 날을 잡았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협상을 촉진하려는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 주에는 이스라엘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라파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할 가능성은 작지만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네타냐후 정권이 팔레스타인 정책에서 '마이웨이'를 고수한 점을 감안할 때 휴전 협상 공전의 장기화 등 상황 변화에 따라 라파 지상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방식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의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지구 전쟁 대처 방식에 대한 질문에 "그가 하는 일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휴전을 요구해야 한다는 발언은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동의해야 할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는 종전 입장에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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