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고물가·저임금에 의료인력 해외유출 심각
"최근 5년간 해외로 떠난 의사 1만5천∼1만6천명"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나이지리아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알리 페이트 나이지리아 보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지난 5년간 나이지리아에서 해외로 떠난 의사는 1만5천∼1만6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구 2억2천만명인 나이지리아의 현재 의사 수가 5만5천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근 5년간 전체 의사의 20%가 나이지리아를 떠난 셈이다. 그 결과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도 2.5명으로 줄었다.
의사의 대도시 편중 현상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페이트 장관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라고스와 수도 아부자의 의사 수는 각각 약 7천600명, 4천700명이다.
두 도시의 인구는 약 2천만명으로 인구 1만명당 약 6명의 의사가 있는 셈인데 이는 평균 2명 대인 나머지 지역의 3배 수준이다.
의료인력 유출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치솟는 물가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가 꼽힌다.
나이지리아 의대생협회 모세 온우부야 회장은 "의사의 연봉은 공립병원이 2천∼4천 달러, 일부 사립 병원이 약 2천400달러 정도로 낮은 편"이라며 "이들이 나이지리아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페이트 보건장관이 지난 달 보건 전문가들의 급여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의료 인력의 대량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온우부야 회장은 "해외로 이주하는 의료 종사자는 주로 영국, 캐나다, 미국으로 가지만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로 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일부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로도 간다"고 전했다.
10년 경력의 치과 간호사는 "아이는 셋인데 한 달 수입은 200달러 정도"라며 2년 전 캐나다로 간 교정 전문의인 남편과 올여름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의료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지난해 나이지리아 의회에서는 의대 졸업생이 국내에서 5년간 일해야 정식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일정 기간이나마 국내에 강제로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아직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이 법안에 나이지리아 의사 협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간호사는 지난달 1일 개정된 간호사법에 따라 대학 졸업 후 나이지리아에서 최소 2년 이상 근무해야 출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의료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급여 인상, 의대생 장학금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고스의 한 사립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초마스 아비오둔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모두 이 나라를 떠나면 누가 학교에서 예비 의료 인력을 가르치고 감독하겠나"라며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