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호요원 폭격, 단발성 실수 아냐…수개월간 공격"

입력 2024-04-07 18:10
수정 2024-04-08 11:55
"이스라엘 구호요원 폭격, 단발성 실수 아냐…수개월간 공격"

"IRC·국경없는의사회 등도 피해…이스라엘군, 구호단체 보호 체계적 실패"

유엔 "가자전쟁 발발 후 반년 동안 숨진 구호단체 활동가 224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구호트럭 폭격으로 국제구호단체 활동가 7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구호단체들이 이미 지난 수개월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구호 차량 3대를 이스라엘군이 오폭해 활동가 7명이 숨졌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군이 '중대한 일련의 실수'를 저질러 비극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습을 명령한 대령과 소령 등 장교 2명을 해임하고 다른 장교 3명을 견책했다.

6일 NBC방송은 여러 문서와 공개 성명, 인터뷰 등을 검토했더니 이번 구호 트럭 공격이 발생하기 전에도 수개월간 구호 단체나 인도주의적 시설 등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양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오폭 사건을 단발성 실수라고 규정했지만, 전쟁 기간 구호단체들이 입은 피해를 보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가자지구에서 구호단체들을 보호하는 이스라엘군의 접근 방식이 체계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목숨을 잃은 구호단체 활동가는 224명에 이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오폭사건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발표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는 누가 실수를 했느냐가 아니다"라며 "이런 실수가 여러 번 되풀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군사 전략과 절차"라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와 관련된 이스라엘의 지금까지의 공격에는 최근 차량공격을 받아 직원 7명이 희생되기 이전에 WCK에 대한 두 건의 공격과 국제구호위원회(IRC) 구호 활동가들이 있던 건물 근처에 폭탄이 투하됐던 사건, 국경없는의사회(MSF) 구호 활동가의 자택 폭격 사건 등이 포함된다고 NBC는 설명했다.

WCK는 이번 구호트럭 공격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이스라엘군 저격수가 자신들의 구호차량에 총을 쏴 사이드미러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며 이 사건을 이스라엘군에 보고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이 사건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에는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WCK의 식량을 실은 수송 트럭에서 식량을 제공받으려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가자 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민간인 19명이 사망했다.





IRC는 자신들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8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외곽 알-마와시 마을 내 IRC 시설에서 불과 몇 m 떨어진 곳에서 폭탄이 터져 IRC 직원들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NBC는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월 20일, 이 단체 소속 직원들과 가족들이 피신해 있던 주택에 이스라엘 탱크가 포격을 가해 두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월 9일에는 칸 유니스의 대피소에 이스라엘군 탱크의 공격으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5살짜리 딸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다른 국제구호단체인 프로젝트 호프, 세이브더칠드런 등도 이번 전쟁에서 직원들을 잃었다.

특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경우 작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직원 179명이 사망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전쟁 지역에서 활동할 때 구호 요원들에 대한 의도치 않은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구호 단체들은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에 의존한다. 구호 단체들은 COGAT에 거의 매일 자신들의 동선을 알리고 숙소와 창고의 위치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같은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국제구호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어런 도넬리 IRC 부소장은 "이 같은 분쟁 완화 시스템은 사실상 '허구'"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토퍼 록이어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도 "이런 공격 패턴은 고의적 의도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분쟁 완화 조치의 실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원칙 없이 싸우는 전쟁에서 이 같은 조치의 무익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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