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中의 범용반도체 공급망 장악 우려하며 공동 대응 시사
"범용반도체 60%가 중국산…中정부 보조금으로 시장 왜곡 우려"
"非시장 정책 정보 공유 뒤 공급망 왜곡 대응할 공동 조치 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레거시(legacy)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시장과 공급망을 왜곡하는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과 EU는 4∼5일(현지시간) 벨기에 루뱅에서 제6차 무역기술협의회(TTC) 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EU와 미국은 레거시 반도체에서 왜곡 효과나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非)시장 경제 정책과 관행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거시 반도체는 자동차와 가전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범용 제품으로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첨단반도체보다 기술 수준과 가격이 낮으며 더 보편화된 기술을 사용해 성숙 공정(mature node) 반도체로도 불린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군사력 강화에 사용할 수 있는 첨단반도체의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견제하는 데 주력했는데 최근에는 경제 전반에 두루두루 쓰이는 범용 반도체 산업을 중국이 지배하는 것까지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국가 안보와 핵심 기반 시설과 관련된 공급망에 범용 반도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평가하기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으며, EU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양측은 각자 조사를 통해 파악한 범용 반도체 관련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범용 반도체의 세계 공급망을 왜곡하는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또는 협력적인 조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공동성명에서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부당한 보조금 등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덤핑(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을 지원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과 EU가 함께 수출통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첨단기술과 관련해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 분야에서 양측의 공동 이익을 보호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모든 국가의 강압이나 비(非)시장 관행에 함께 대항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는 데 TTC를 활용하는 것"을 이번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향후 몇 년간 시장에 나오는 모든 신규 레거시 반도체의 약 60%가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 정부가 이 산업을 엄청나게 보조하는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은 거대한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우리가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은 항상 반도체 수출통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어 미국과 동맹이 늘 경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미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등 동맹에도 유사한 수출통제를 시행하라고 압박해왔다.
러몬도 장관은 "난 (대중국 수출통제의)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만, 이것은 끝이 없는 게임이고 계속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동맹국들은 우리가 어떤 우회를 포착할 때마다 우회를 차단하고, 수출통제를 집행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의 접근 방식을 더 고민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경쟁담당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수출통제에 대해 대화했다"며 "우리는 레거시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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