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소재 개발 실험 횟수 500분의 1로…AI 설계 플랫폼 개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 소재 개발에 수십만 번 이상 필요한 실험 횟수를 인공지능(AI)과 자동화를 통해 5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스마트 연구실'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계산과학연구센터 한상수 책임연구원과 김동훈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이관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AI와 로봇을 활용한 금속 나노입자 설계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신소재 개발은 어떤 물질을 설계한 후 다양한 비율로 합성하는 등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뤄진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원하는 특성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경우의 수를 대폭 줄여 개발 과정을 단축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팀은 로봇팔로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합성된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자동화 장치를 개발한 후, AI를 더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원하는 광학적 특성을 플랫폼에 입력하면, 실험을 통해 그 특성을 정확히 충족시키는 나노소재를 합성해주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AI에 결과 최적화에 활용되는 '베이지안 최적화' 방식에 기계학습 모델이 훈련을 빠르게 중단해 효율을 높이는 '얼리 스톱핑' 방식을 더했다.
그 결과 변수가 3개인 소재 개발 상황에서 실험 횟수를 최대 횟수 대비 500분의 1로 줄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변수가 늘어나도 실험을 200회 정도만 진행하면 원하는 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플랫폼에 비전 AI를 탑재해 이상이 있으면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안전 기술도 추가했다.
이번에 개발된 플랫폼은 연구환경이나 연구자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도 없고,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챗GPT 같은 대화형 언어모델을 접목해 비전문가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촉매나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소재 분야로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개입 없이 소재 개발이 가능한 스마트연구실 플랫폼은 노령화에 따른 연구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개발(R&D)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6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와 2월 22일 'npj 컴퓨테이셔널 머티리얼스'에 각각 실렸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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