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악몽서 교훈얻은 대만…사망자 99년 2천400명, 이번엔 9명(종합)
'노후 건물 내진 규제 강화·지진 대비 시민 훈련' 철저 대비
"이젠 지진 대비능력 세계 최고"…"반도체 강국 '기술 전문성' 덕"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김연숙 기자 = 3일 강타한 규모 7 이상 대만 강진의 인명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던 것은 과거 대참사에 대한 '학습효과'에 따른 사전 대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년 만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과거 대참사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건물 내진 설계와 성능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안전 캠페인 등으로 인명 피해를 줄였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오전 대만 동부를 강타한 지진은 규모 7.2(미국·유럽 지진 당국 발표는 7.4)에 달하는 강진이다. 규모 7.6이었던 1999년 9월 21일 이후 최대 규모다.
4일 오전 현재 당국 집계(3일 오후 10시 기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9명이 숨지고 1천11명이 부상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라는 이번 지진의 파괴력에 비하면 인명피해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적다는 게 중론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대만의 근래 역사상 최악 중 하나로 꼽히는 1999년 9월 21일 지진 이후 당국은 보다 엄격한 건설 규제를 지시했고, 이러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상자 수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대만은 지진을 자주 겪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대만과 그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0 이상 지진은 약 2천회, 규모 5.5 이상은 100회가 넘는다.
1999년 9월 21일 지진 당시에는 약 2천400명이 숨지고 10만명이 부상했다. 건물은 5만채가 파손되는 등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겪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정치학 및 공공정책 교수인 대니얼 올드리치는 AP통신에 "당시 전문가들은 921 지진에 대한 대만 당국의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며 "응급의료 대응팀이 도착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고, 구조대원들의 훈련이 부족했으며, 정부 기관 간의 작전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만 정부는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지진 등 재해 대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고, 지진에 대한 대응 및 훈련을 담당하기 위해 2개의 국가급 센터를 설립했다.
신축 건물은 내진 설계 기준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건물의 내진 성능도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했다.
WP에 따르면 2019년부터 대만 당국은 노후 건물 재정비를 위한 캠페인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1999년 이전에 지어진 전국의 건물 3만6천채에 대한 대대적 점검 작업을 실시하고, 이들 건물의 내진 성능을 개선하는 데 보조금을 지급했다.
1999년 지진 이후 재건을 도운 건축가 루친원은 신규 규정에 맞춰 지어진 규정이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건물이 파손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시민의식 개선 작업도 병행했다.
대만은 학교와 직장에서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 미디어와 휴대전화에는 지진과 안전에 대한 공지가 정기적으로 게재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지진은 아침 출근시간에 발생했지만, 진앙과 가까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하철 운행이 잠시 중단된 것 외에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미주리 과학기술대의 지진학자 스티븐 가오는 "대만은 엄격한 건축 법규, 세계적 수준의 지진학 네트워크, 지진 안전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 교육 캠페인을 시행해 왔다"며 "대만의 지진 대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기술 강국' 대만의 강점도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 "대만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기술 전문성 덕분에 25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지진에서도 피해와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립대만대 지구과학과 교수 겸 국립방재과학기술센터 팀장 우이민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5년간 이 센터가 개발한 재난 대응 시스템이 더욱 발전했다"면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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