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네타냐후에 "가자지구 英구호요원 사망 경악"(종합)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 중단' 목소리 커져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국제구호단체 소속 자국민 3명이 사망한 데 대해 이스라엘에 진상 규명과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영국민 3명 등 구호요원 사망에 경악했다(appalled). 철저하고 투명한 독립적 진상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수낵 총리는 또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는 구호요원과 평범한 민간인이 지나치게 많으며 상황이 점점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스라엘군 오폭으로 숨진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직원 7명에는 영국인 존 채프먼(57)과 제임스 커비(47), 제임스 헨더슨(33)이 포함됐다.
채프먼은 영국 특수부대, 헨더슨은 해병대 출신이고 커비는 육군 저격수로 복무한 전직 군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커비의 가족은 성명에서 "제임스는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돕고자 했다"며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도주의 활동을 하던 자국민 3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면서 영국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수위는 이전보다 한층 높아졌다.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유엔과 구호기구와 갈등 해소, 민간인 보호, 기간시설 복구 등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기 바란다"며 "가자지구에 인도적 재앙이 닥치게 해서 하마스 격퇴라는 이스라엘의 정당한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지상에서 구호 요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대대적 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 전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피터 리케츠 상원의원은 이번 공격의 규모로 볼 때 영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그만 팔아야 한다면서 "이제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많다"고 BBC에 말했다.
노동당 외무 담당 데이비드 래미 하원의원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을 것이라는 심각한 주장이 있다"며 정부에 법적 검토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영국 무기가 국제 인도주의 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데 사용됐을 위험이 분명하다면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대중지 더 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늘 대단히 신중한 수출 허가 제도가 있다"며 즉각적인 무기 판매 중지는 거부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이 지난해 이스라엘에 수출한 무기는 4천200만파운드(약 716억원)로, 이스라엘 전체 무기 수입액의 약 0.02%를 차지한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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