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가 이끄는 WCK…전쟁터도 재난현장도 달려간 구호단체
아이티 지진·우크라전서도 활약…설립자 안드레스, 노벨평화상 후보 이력
육로 막혔던 가자지구에 바닷길 지원…식량 전달 중 이스라엘 오폭 참사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구호트럭 오폭 파문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페인 출신 유명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55)가 설립한 이 단체는 전쟁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한 가자지구에 육로를 통한 지원이 사실상 막히자, 바닷길을 통해 식량을 전달해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안드레스는 21살에 미국으로 이주, 불과 2년 만에 요식업계 거물로 떠오른 요리사이자 식당 경영자다.
미 전역에 레스토랑 40여곳을 열었고, 유명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요리 관련 책을 내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하기도 했다.
화려한 삶을 살던 그가 인도주의 분야에 눈을 뜬 건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하고서부터였다.
재난 지역의 참상을 목도한 그는 같은 해 국제구호단체 WCK를 설립, 현지 노동력과 조리법을 활용해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을 위한 긴급 구호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조리 장비 등을 실은 푸드트럭을 재난현장에 파견하거나 육로로 현지 주민에게 식품을 전달하는 방식 등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아이티 대지진,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서 활약한 WCK는 이번엔 가자지구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9일까지 WCK가 이집트 라파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 등에 파견한 푸드 트럭은 1천700여 대에 달한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요르단을 거쳐 육로와 하늘길을 통해서도 23만명분을, 해상 통로를 통해서도 43만5천명분의 끼니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선박 2척에 120만 명분의 식량을 가자 북부로 보낼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코넬대 소속 국제식량지원 프로그램 전문가 크리스 배럿은 현재 가자지구에 제대로 된 정부 인프라나 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량 관련 단체가 없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WCK의 존재감이 특히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스는 이 같은 행보를 토대로 2018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명으로 선정됐다. 2019년에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처럼 사각지대에서 적극적으로 구호에 힘써왔던 WCK는 가자에서 비극적인 사건에 맞닥뜨렸다.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WCK 소속 차량 3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았다. 이에 차에 타고 있던 WCK 직원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WCK는 당시 직원들이 구호단체 로고가 있는 장갑 차량 2대와 비장갑 차량 1대를 타고 교전이 없는 지역을 이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안드레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애도를 표하며 "WCK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동안 그곳(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식량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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