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6개월] '지붕 없는 감옥' 가자지구 생지옥으로
사망자 3만3천명 중 어린이·여성 65%…하루 180명씩 숨져
230만 주민 절반 기아 직면…"850명 당 화장실 1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가지지구 전쟁이 6개월간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극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의 통제로 '지붕 없는 감옥', '세계 최대 감옥'으로 불렸던 가자지구가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3만 명이 넘으면서 참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전쟁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접 국가가 피란민 수용을 거부하면서 가자지구에 갇힌 주민 대다수가 재앙적인 굶주림에 직면했으나 인도적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 가자지구 사망자 3만2천여명…어린이·여성이 65% 달해
날로 악화하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해소와 인질 석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거세지만 이스라엘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상자가 속출하며 인명피해는 갈수록 불어나 가자지구에서만 지난 3일(현지시간) 현재 3만2천97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이후 하루에 약 180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가 1만3천명을 넘고 여성이 약 8천40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5%에 달한다는 게 가자지구 보건부의 주장이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가자지구에서 4개월간 숨진 어린이 수가 다른 세계 분쟁 지역의 최근 4년간보다 많다고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지난해 10월 7일 이후 폭력 사태로 최소 456명이 숨졌고 이스라엘까지 합하면 전쟁 발발 이후 양측의 사망자는 3만5천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희생된 유엔 직원과 언론인도 적지 않다.
UNRWA는 2일 엑스에서 "6개월 가까운 전쟁 기간 176명의 UNRWA 직원이 숨졌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15일 현재까지 가자지구 등지에서 취재 중 숨진 언론인은 팔레스타인인 96명, 레바논인 3명, 이스라엘인 4명 등 100명이 넘는다.
◇ 가자 주민 230만명 75%가 피란민…절반 기아 직면
세계은행과 유엔은 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의 75%가 전쟁을 피해 피란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주민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식량 위기 상태인 기근에 직면해 있으며 전 인구가 극심한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체·정신적 건강에 대한 누적된 재앙적인 충격이 여성과 아동, 고령층, 장애인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면서 "아동의 경우 성장에 평생 영향을 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앞선 지난달 18일 팔레스타인 주민 110만여명이 재앙적인 굶주림에 맞닥뜨렸다면서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구호품 전달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같은 날 발표된 통합식량안보단계(IPC) 보고서는 7월 중순까지 가자지구 주민 110만7천명이 기근에 처할 수 있으며 구호품 전달이 원활하지 않은 북부는 상황이 더 심각해 5월 중순 이전에도 언제든 기근 단계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근은 IPC가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분류하는 기준인 '정상(None/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중 최고 단계다.
국제기구와 구호단체가 마련한 구호물품 역시 이스라엘군의 검문과 통제로 가자지구에 제대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
육로를 통한 지원이 이처럼 한계에 봉착하자 국제사회가 공중 투하 방식으로 구호품 전달을 시작했으나 이미 만연한 기아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최근 바닷길로 대규모 구호 식량 전달이 이뤄졌으나 이를 주도하는 국제구호단체 직원 7명이 지난 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지면서 이마저도 중단됐다.
이스라엘의 남하로 가자지구 남단 라파엔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 150만명이 한꺼번에 밀집했다. 전쟁 전 4배의 인구를 수용해야 하는 이곳은 재앙적 상황이다.
유니세프는 "국제 위생 기준은 화장실 1개당 최대 20명이지만 라파는 850명에 이른다"며 "샤워시설은 1곳당 3천400명이 쓰는 꼴이며 기본적인 인권과 존엄성이 외면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8월 초까지 가자지구에 전염병까지 돌고 휴전이 되지 않으면 약 8만8천명이 더 사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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