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친환경·디지털전환…'만능 선박해결사' HD현대마린솔루션
IPO 앞두고 간담회…"물류인프라 확충·R&D 등에 자금 동원할 것"
안정적 수익 기반 고배당 정책 유지…이기동 대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저희 회사는 선박의 생애주기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토탈 마린 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Marine Solution Provider)입니다."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는 일반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이같이 소개했다.
7천42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날 취재진을 대상으로 사업 전략과 향후 투자 방향을 공개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16년 11월 출범한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전문회사다.
기존에는 선박의 엔진 등 기자재 제조사가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의 통합 유지·보수부터 개조, 디지털 솔루션까지 '원스톱' 제공한다.
선박의 유·무상 서비스를 담당하는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 조직의 기능을 통합해 '선박을 위한 맞춤 서비스센터'를 만든 셈이다.
세부 사업은 ▲ 선박 유지·보수(AM·After Market) ▲ 친환경 선박 개조 ▲ 디지털 솔루션 ▲ 벙커링 네 부문으로 나뉜다.
AM 사업은 선박 긴급수리뿐 아니라 정기·중간검사를 실시하고,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 및 기자재를 조달하는 사업 부문이다.
조선 등 유관산업과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사업이기도 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AM 사업 부문은 출범 초와 비교해 작년 매출액(6천69억원)이 2.5배 이상 증가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자사가 보유한 HD현대 선박 및 기자재에 대한 독점적 AS 권한과 만(MAN)·윈지디(WinGD) 등 굵직한 대형엔진 제조사들로부터 확보한 AS 라이선스를 적극 활용해 폭넓은 애프터마켓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IPO를 통해 AM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빠른 배송'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4개 해외 법인(네덜란드·미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에 제때 부품을 공급해 유지·보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선주·선사의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AM 사업은 선박이 항구에 도착할 때 바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현재 해외법인별로 창고를 갖고 있지만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된 자금의 40% 이상은 물류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은 선박의 운항성능을 높이기 위해 현존하는 선박을 새롭게 설계하는 사업이다.
선박 개조 시장은 최근 글로벌 해운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존 디젤 엔진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 이중연료 선박으로 개조하거나, LNG 운반선에서 자연 기화되는 가스를 액화시켜 화물창으로 돌려보내는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노후한 LNG 운반선을 해상 LNG 터미널로 개조하는 FSRU(Floating, Storage, Re-gastification Unit) 사업은 그중에서도 국가 에너지 수급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이 대표는 "교류가 많았던 조선소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자사 선박을 선제적으로 처리하도록 슬롯(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조선·해양 빅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사업도 추진한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예측하고 절감 방안을 제시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오션 와이즈'가 그 일환이다.
지난해 5월 에이치라인해운, 대한해운,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등 해운 4사, 포스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실증에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난 2월 포스코와 첫 대규모 상업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향후 오션 와이즈를 기반으로 다양한 항만 서비스 채널을 통합해 선박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를 선도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GRC에 위치한 디지털관제센터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스마트 솔루션이 장착된 430여척의 선박 운항정보가 모이는 집합소다. 300인치 초대형 화면을 통해 운항 경로, 속도, 연료 소모량 등을 분석한 결과와 선박 주요 기기의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혁 HD현대마린솔루션 상무는 "자금이 부족하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추가 조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수익이 안정적임에 따라 앞으로 3년가량은 높은 배당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류 인프라 확충,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조선소 지분 투자 등을 중심으로 자금이 동원될 것"이라며 "앞으로 HD현대 그룹이라는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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