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상, 회담 4개월여만에 소통…대화 이어가며 전략경쟁 관리(종합)
작년 11월 정상회담 계기로 대화 채널 복원·양국 관계 안정화 모색
대만 비롯한 안보·경제 이슈 입장차 여전…美, 中北러 밀착도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2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주요 2개국(G2)인 미중간 대화 모드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과, 이에 맞물려 중국과 북한·러시아의 노골적인 밀착 행보로 국제 정세가 신냉전 대립 구도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G2 정상간 소통이 계속되는 것은 관계 안정화에 대한 양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된 군 채널간 대화를 이어가면서 이른바 '우발적 충돌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고 외교·경제 수장의 방문 등을 통한 안정적인 상황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안보적 측면에서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본질적 대립이 여전한 데다가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통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조치도 강화되는 등 인도·태평양을 주 무대로 한 미중간 전략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이번 통화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이견을 확인했으나 대화 자체가 진행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 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중간 대화 및 상황관리 모드 가속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출범한 바이든 정부에서의 미중 관계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급랭했고, 지난해 초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본토 침입사태를 계기로 추가로 악화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 주석의 대관식으로 불린 2022년 10월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을 사실상 포위하면서 무력 시위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중국은 당시 전구(戰區) 지도자 전화 통화, 국방부 실무회담 등 8개 분야에서 미중간 대화 채널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러나 재작년 10월 중국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자 미중은 같은 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대화를 재개했다.
이후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난해 2월 중국 방문을 계획하는 등 대화 채널 복원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나 지난해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대립 모드로 반전됐다.
미중은 이후 시차를 두고 다시 대화에 나섰고 블링컨 장관 방중(6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의 방중(7월) 등 장관급 소통을 발판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차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차 정상회담에서는 군 대화 채널 제도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공동 대응 등에 합의하는 등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끊겼던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
양국은 이 합의를 토대로 양국 합참의장간 대화를 지난해말 1년4개월 만에 재개했고, 지난 1월에는 펜타닐 대응 워킹그룹도 출범시켰다.
나아가 지난해 10월말 이후로는 남중국해에서 미군 전투기나 함정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위협 행동이 관측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따른 양측간 우발 충돌 가능성도 이전에 비해서 줄어든 상태다.
이와 관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당국자는 전날 진행한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이) 이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행동이 줄어든 것을 봤으며 이는 좀 더 책임 있는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신호"라고 말했다.
미중은 이날 전화 통화에 이어 향후 옐런 장관(3~9일)과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수주내)을 계기로 대화를 가속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시 주석도 통화에서 평화를 중시하고 충돌하지 않으며 대결하지 않는다는 최저선을 지키는 것과 상호 존중하며 소통을 강화하는 것 등을 올해 미중관계 원칙으로 제시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이 소통 채널 유지와 책임감 있는 관계 관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도 관계 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다.
◇ 경제·안보 대립에 북핵 문제 비협조…패권 경쟁 심화
양국 정상까지 나선 대화 모드에도 불구하고 경제·안보 문제 등을 둘러싼 전략적 이해관계 차이로 미중간 패권 경쟁은 사실상 심화하는 모습이다.
당장 중국이 내정 문제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달 20일 의회에서 밝힌 대로 미국은 중국이 2027년을 기한으로 대만 침공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나아가 '독립파'인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5월 취임을 계기로 대만 해협에서의 안보 상황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레드라인'으로 거론하면서 "대만 독립 세력의 분리주의 활동과 외부 묵인·지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상대로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군 군용기 등에 대한 중국군의 위협 행동은 줄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군사적 위협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 처음으로 일본, 필리핀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작년 8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이은 미국, 일본, 필리핀간 3국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에서 3국 해군의 공동 순찰 방안 등이 합의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 밀착하는 것도 미중간 이해관계가 확연히 갈리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국방산업 기반에 대한 중국의 지원과 그에 따른 유럽 및 범대서양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북러간 군사 협력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NSC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우려를 중국에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의 전문가 패널 연장 결의안에 대해 기권하면서 이 결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사실상 보조를 맞췄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적 측면에서 첨단 미국 기술이 미국 국익을 훼손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대(對)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의 방침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시장적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도 재차 거론했다.
이와 관련, NSC 당국자는 "이 모든 것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 조치에 대해 "리스크 제거가 아니라 리스크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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