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서 처방전 없는 응급피임약 대통령이 제동
연립정부, 우회방안 이미 준비…"약국서 처방전 발급"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사후 응급피임약을 비롯한 낙태 규제를 완화하려는 폴란드 연립정부의 계획에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두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15세 이상 여성이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의학적 지도와 부모의 역할·책임을 건너뛰어 피임약에 접근하게 하는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회에 법안 재검토를 요청하고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18세 이상 여성에 한해 규제 완화에 열린 입장이라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그러나 법안을 추진한 연정은 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하고 우회 방안을 이미 마련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자벨라 레슈치나 보건장관은 지난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료를 예약할 필요 없이 약사에게 응급피임약 처방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옛 법과정의당(PiS) 정권은 의사 처방전을 받아야만 응급피임약을 살 수 있도록 하고 태아가 기형인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집권한 새 연정은 낙태 자유화의 첫 조치로 지난달 하원에서 응급피임약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PiS 측 인사로 분류되는 두다 대통령은 법률거부권과 사면권 등 대통령 권한을 무기로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새 연정의 각종 개혁작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다.
가톨릭 영향력이 큰 폴란드는 유럽에서 임신중절을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는 나라로 꼽힌다. EU 회원국 27곳 가운데 응급피임약을 사는 데 처방전을 요구하는 나라는 폴란드와 헝가리 2곳뿐이다.
PiS 집권 시절에는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로 임산부가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자 낙태금지법 폐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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