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행감시 유엔 전문가패널 내달말 종료…러, 연장 거부(종합2보)
임기연장안 안보리서 채택 무산…대북제재 위반 감시기능 약화 우려
러 "대북제재도 정기검토" 주장…韓 "러 무책임, 탄약 받으려 北 두둔"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이 내달 말로 종료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유엔의 대북제재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활동해왔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안보리는 매년 3월께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 앞서 한일 등 총 10개국과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유엔 회원국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며 "안보리는 14년간 매년 만장일치로 패널 임기를 연장해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안 채택이 불발되면서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4월 30일로 종료된다.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이번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제재를 변경할 수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없으며 특정 개인을 제재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정한 절차 조항도 없다"라며 "개별국가에 대한 모든 남은 제한 조치는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검토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일 뿐 실제로는 북한과의 무기거래로 전문가 패널을 지속해 유지하는 게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면 안보리는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유엔 회원국에게 신뢰성 있게 알릴 수단을 잃게 된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건이 부결된 후 발언에서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라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달 발간된 연례 패널 보고서에는 대북제재를 위반해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거래를 한 정황이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많은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현재 러시아는 아직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무기거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거부권행사로 전문가 패널 활동이 중단되게 된 데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