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에 지연' 거듭한 한미사이언스 주총…대행 자격 시비도

입력 2024-03-28 17:34
'지연에 지연' 거듭한 한미사이언스 주총…대행 자격 시비도



(화성=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한미사이언스[008930] 주주총회가 열린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은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의 결판을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주주총회는 당초 오전 9시에 열리기로 했지만, 회사가 의결권 있는 주식 수와 위임장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늦어지며 3시간 30분 지연된 12시 반께 개회가 이뤄졌다.

주총장 안팎 분위기는 내내 어수선한 편이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9시께 주총장에 입장한 이후 한 시간이 지난 10시께가 돼서야 이우현 OCI홀딩스[010060] 회장이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이 "지금 당장은 말씀드릴 것이 없지만 같이 잘 가는 방향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남기고 주총장에 입장한 데 이어, 전날 사장으로 승진한 박재현 한미약품[128940] 대표이사도 주총장으로 들어갔다.



다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주총이 모두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는 송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임 부회장의 불참 사유에 대해서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어렵사리 개회된 후에도 투표·개표 과정에서 지연이 계속되자 일부 주주들은 고함을 지르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총 과정에서도 잡음이 불거졌다.

의장인 송 회장의 불참으로 신성재 전무가 대신 주총을 이끌었는데, 의안 소개 순서에서 임종윤 사장 측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신 전무가 회사 측이 제안한 이사진인 제2-1호 의안부터 제2-6호 의안까지만 소개하고 나머지는 주주 제안한 측에서 소개해달라고 하자, 임종윤은 신 전무가 등기이사가 아님을 문제 삼으면서 "등기이사가 아닌데 왜 이사라고 했나. 사기인가. 한미그룹 수준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미등기 이사는 권한 대행자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들며 등기이사가 아닌 신 전무가 송 회장의 역할을 대신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회사 측은 "정관상 규정에 따라 대행했으므로 문제없다"며 맞섰다.

투표·개표 소요 시간에 대해서도 임종윤 측은 "신속하게 투표 절차를 진행해달라", "왜 그렇게 시간이 걸리느냐"며 사측의 총회 진행에 불만을 표했다.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던 총회는 3시께 임종윤·종훈 형제가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마무리됐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찬성표 과반을 얻으며 통과하자 주총장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총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주총장 안에선 이따금 기쁨에 찬 환호 소리가 새어 나왔다.

주총장을 벗어난 임종윤·종훈 형제의 취재진 대상 브리핑을 끝으로, 치열했던 3개월 간의 오너가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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