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량충돌 선박, 보상책임 줄이려 타이태닉처럼 19세기법 소환?
"타이태닉호에도 적용된 1851년법, 선박·선적화물 가치로 책임 제한"
"보험업계, 손실액 최대 5조원대 달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의 교량을 들이받아 붕괴를 초래한 화물선의 선주는 막대한 물적, 인적 피해를 낸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송전에 휘말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19세기 법 덕분에 정작 선주의 책임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때 타이태닉호에도 적용된 1851년 해사법으로 인해 실제로는 선주의 부담이 대폭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를 일으킨 컨테이너선 '달리'는 싱가포르 선적으로, 선주는 그레이스 오션이라는 회사다.
블룸버그는 일단 그레이스 오션이 붕괴한 볼티모어 교량의 소유주, 사고 당시 교량 보수 공사를 하다 실종돼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 6명의 가족 등 을 포함해 다양한 주체로부터 전방위적인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로스쿨의 해양법 전문가인 마이클 스털리는 움직이는 선박이 고정된 사물에 충돌했을 경우 고정된 사물은 보통 잘못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피해 보상 소송은 교량 운영사가 아니라 선주를 상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1851년 제정된 법은 선박의 가치와 선박에 실린 화물의 가치로 선주의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피해 보상 액수를 수천만 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미 툴레인대학 해양법연구소의 마틴 데이비스 소장이 지적했다.
이 법은 거대 운송 회사들이 해상 사고로 인해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탄생한 것으로, 1912년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선주도 피해 보상 법정 다툼에서 이 법안을 거론하며 선주의 책임을 제한하려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데이비스 소장은 1851년 법이 적용되면 그레이스 오션의 책임은 수천만 달러 수준으로 제한된다면서 이같은 액수도 여전히 큰 돈이긴 하지만 피해에 상응하는 완전한 보상에 비해서는 상당히 적은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사해양법 전문가인 로런스 브렌넌 미 포덤대 로스쿨 겸임교수도 달리의 운영사가 곧 1851년 법을 소환해 미국에서 소송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볼티모어 항만 충돌 사고로 인한 부동산·화물·해상·책임·무역신용 등 다방면에 걸쳐 손해를 평가하고 있는 보험업계는 손실액이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의 마르코스 앨버레즈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항만 봉쇄 기간 및 사업 지장에 대한 보상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험액이 20억∼40억 달러(약 2조7천억∼5조4천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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