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화물선에 다리는 옛날식…올들어 세계 곳곳서 충돌 사고
최근 3개월 간 중국·아르헨티나도 충돌 피해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 동부 볼티모어 항구를 강타한 화물선 충돌을 포함해 세계 곳곳의 대교에서 올해 들어 비슷한 사고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화물선은 몸집이 커지고 현대식으로 바뀌지만 이들 다리는 대체로 수십년 전에 지어진 구조를 유지하는 탓에 피해가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에만 중국과 아르헨티나에서도 선박이 다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22일 컨테이너선 1대가 남부 광둥성 광저우시 난사구 완칭사진의 리신사(瀝心沙) 대교가 다리 아래를 지나가다 교각에 부딪히면서 교량 상판이 싹둑 잘려나갔다.
당시 다리 위에 있던 차량이 추락하면서 총 5명이 숨졌다.
지난 1월 아르헨티나에서도 대형 화물선 1대가 파라나강을 가로지르는 자라테 브라조 가르고 다리와 충돌했다.
다리가 무너지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사고를 낸 선박은 심각하게 손상됐다.
이같은 사고 원인은 제각각이다.
예컨대 중국 당국은 당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던 선원의 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6일 볼티모어 항구에서 교량을 들이받은 '달리호'는 충돌 전 동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국은 '오염 연료'를 포함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해양 전문가인 살 메르콜리아노는 "볼티모어 다리가 50년 전 지어졌으며, 당시에는 선박 크기가 달리호의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달리호는 요즘으로 치면 심지어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아니다. 예전 지어진 구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예컨대 이른바 '돌핀' 등 선박 충돌 방지 시설을 교량에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돌핀은 다리 밑바닥인 교반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선박의 속도를 줄이거나 선박이 교량에 바짝 근접하지 못하도록 방향을 바꿔주는 교량 보호물로 작용한다.
달리호가 들이받은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는 이 같은 안전장치가 충분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교량을 지을 때 한쪽 교각 등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곳에서 하중을 지탱할 수 있도록 보수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미국 토목학회 구조공학연구소의 제롬 하자르 회장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공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노후화된 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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