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장애·고령여성 성폭력 가려져…'파트너'가 주로 가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장애가 있거나 고령의 여성이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피해 실태가 드러나질 않아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적했다.
WHO는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 가운데 나이가 많거나 장애를 지닌 경우 성적 학대에 처할 위험이 큰데도 이들의 상황은 대부분 숨겨져 있다"며 "각국이 체계적으로 이 사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친밀한 파트너'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친밀한 파트너는 배우자나 동거인, 애인 등 가까이에서 교류하는 주변인을 통칭한다.
WHO는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사건은 여성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고령·장애 여성은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간병인이나 의료인 등에 의해서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또 성폭력 사건에서 고령·장애 여성의 사례가 과소 집계되고 있다고 짚었다.
성폭력 피해 후에도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나 추가 피해를 걱정해 신고가 어렵고, 피해 구제를 위한 정보에 접근하기 힘든 탓이라고 WHO는 분석했다. 사회적 낙인도 신고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WHO는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권력 행사와 통제에 뿌리를 둔다"며 "장애·고령 여성의 의존성은 가해자가 더욱 악용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령·장애 여성의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각국이 설문 등 실태조사를 할 때 더 많은 고령·장애 여성을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WHO는 제언했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 유형에 최적화한 설문 방식을 고안할 것도 주문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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