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부터 인도까지…94세 재일교포도 '자랑스러운 한 표'
재외국민 투표 첫날…교민부터 여행객까지 비행기·전세버스·택시 타고 각 투표소로
"외국 있어도 투표 포기할 순 없죠"…6개월째 여행 최종 목적지 뉴델리서 투표한 20대도
(아시아 종합=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내달 10일 열리지만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 뉴질랜드 현지시간으로는 오전 8시부터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소재 한국 대사관과 오클랜드 분관을 필두로 해외 동포들의 재외 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뉴질랜드 재외투표 등록 유권자는 총 1천564명으로 첫날에만 18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웰링턴 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교민도 있었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호주에서는 수도 캔버라를 비롯해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에 투표소가 차려졌다.
시드니 총영사관은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에도 재외투표소를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3만3천여명) 다음으로 재외국민 유권자 수가 많은 일본(2만4천여명)의 경우,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10개 지역에 재외투표소가 설치됐다.
도쿄 한국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20살 청년부터 94세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 유권자가 찾아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를 찾은 재일교포 이두치(94) 할머니는 "택시를 타고 투표하러 왔다"면서 "우리나라를 위해 투표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79년 전인 15살 때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왔다는 이 할머니는 이날 투표 의미에 대해 "우리나라가 통일돼서 한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아내와 두 딸 등 가족 4명이 함께 투표하러 온 김대원(57) 씨는 "딸이 올해 만 20세로 첫 투표권을 행사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가족이 모두 왔다"면서 "외국에 있어도 투표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도쿄 총영사관 투표소에는 오전 8시 투표 시작 이후 2시간 만에 100여명이 찾아 이번 총선에 대한 재외국민의 큰 관심을 보여줬다.
일본에 사는 선거권을 가진 18세 이상 한국 국적자는 32만9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7.4%가 이번에 투표하겠다고 등록했다.
베이징 주중대사관 등 10곳에 설치된 중국 재외투표소에도 교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베이징과 인근 수도권의 투표소 역할을 한 주중대사관 측은 이날 한국인이 비교적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우다오커우(五道口)와 톈진시에 셔틀버스를 투입했다.
중국 상하이와 톈진에서 20년째 무역업을 해 온 정규섭(51)씨는 부인 및 지인과 함께 2시간 반 거리의 베이징 주중대사관까지 자가용을 타고 왔다고 했다.
정씨는 "한국 교민도 이제 많이 줄었는데, 이건 중국 정책의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양국 관계가 좋았으면 좀 낫지 않았겠나"라며 "누가 잘나고 못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소통을 좀 하고 일 처리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온 톈진 교민 정의환(61)씨는 "톈진 교민이 엄청나게 줄었는데도 참가율이 상당히 높은 것 같다"며 "몹시 어려운데 그 어려움이 (한국 정치권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느낌이 많다"라고 했다. 정씨는 수교 직후부터 중국에 31년간 살았다.
올해 중국에 거주하면서 선거인 등록을 한 전체 한국인 유권자 수는 1만7천95명으로 지난 2020년 21대 총선(2만549명)이나, 2022년 대선(2만9천827명) 때보다 줄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재외 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경우 한국대사관 영사동, 한국국제학교 1층 체육장, 하이퐁 썬플라워 인터내셔널빌리지 등 3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재외선거인들의 편의를 위해 투표 종료일인 내달 1일까지 하노이에서 3개 노선의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오는 30일부터는 이틀간 인근 빈푹성과 박닌성 거주자들을 위해 각 1개 노선의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태국 방콕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필리핀 마닐라, 싱가포르 등의 한국 대사관에도 투표소가 마련됐다. 또 필리핀 세부와 인도네시아 발리,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분관에도 재외 투표소가 운영된다.
인구 대국 인도에서는 수도 뉴델리 소재 한국대사관에 투표소가 마련돼 교민들이 잇따라 한 표를 행사했다.
인도에서는 한국대사관과 남부 첸나이 총영사관, 서부 뭄바이 총영사관에 투표소가 차려졌다.
대사관 투표소에서 투표한 이모(27)씨는 "대학 졸업 후 베트남 등 7개국을 6개월여째 여행하다가 마지막 여행지 뉴델리에서 투표하게 됐다"며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주 지역에서도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재외 투표가 각공관 주도로 일제히 진행된다.
미국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경우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코리안커뮤니티센터와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의 한인회 사무실에서, 뉴욕 지역의 경우 뉴욕 총영사관과 뉴저지 한인동포회관 등에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현지 총영사관과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 등에서 각각 투표가 시행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대사관 청사 등지에서 투표가 이뤄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재외 투표는 전 세계 115개국(178개 재외공관) 220개 투표소에서 내달 1일까지 진행된다. 재외유권자는 지난 11일 기준 14만7천98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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